[편집자주] MZ세대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이다.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기업 마케팅, 투자동향, 소비 트렌드 조사, 심지어는 정치에서도 MZ를 호출한다. 너도나도 MZ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MZ를 모르면 우리 사회에서 행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MZ는 1981~2010년 태생의 M세대(Millennial)와 Z세대(Generation Z)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도대체 MZ는 누구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있으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뉴시안은 한국사회의 중핵이 된 MZ세대를 종합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점메추가 뭐야? 메리 추석?

그룹 '러블리즈' 출신의 가수 미주가 지난 6일 '저메추해주세요'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대소동이 일었다. 글을 본 tvN '식스센스'의 정철민 PD와 배우 이상엽이 "메추가 머야, 어떻게 하는 건데 뭐해. 블랙에 무섭게 글씨만 있누", "무슨일이야 미주야. 메리 추석? 저메추가 뭐야"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미주는 "어떡해, 저메추를 몰라 이사람들"이라고 SNS에 올렸다. 저메추는 '저녁메뉴 추천'의 줄임말이다. 물론, 점심메뉴추천이라는 '점메추'도 있다. 

'방송인 박미선씨의 유튜브에는 요즘 'ㄱOO'라는 초성이 자주 등장한다. '귀여워'의 초성이다. TV예능 '아는 형님'에서 해당 신조어가 방영된 뒤 제법 알려져 있다. 'OㄱOO'(안귀여워)라는 파생버전도 있다. 

‘신조어 홍수시대’에 기성세대들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MZ들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6월 중순 뉴시안은 10명의 MZ청년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언어가 생활속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있는 지를 들여다봤다.

지난 6일 그룹 '러블리즈' 출신의 가수 미주가 자신의 SNS에 '저메추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사진=미주 SNS)
지난 6일 그룹 '러블리즈' 출신의 가수 미주가 자신의 SNS에 '저메추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사진=미주 SNS)

분명 우리말인데, 도무지 알수 없는 그 뜻은

우선 그들이 생각하는 신조어를 물었다. “어쩔티비”, “킹받네”, “너 뭐 돼?”, “머선129”,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점메추/저메추” 등의 용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쿠쿠루삥뽕’, ‘스불재’, ‘H워얼V’, ‘가보자고’, ‘당모치’, ‘갑통알’, ‘너또다’, ‘완내스’, ‘홀리몰리과카몰리’ 란 말도 있었다. MZ세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나 유튜브 등에는 ‘반모’, ‘좋댓구알’, ‘설참’, ‘구취’, ‘임구’, ‘싫테’ 등등 더욱 다양하다. 물론 이런 신조어에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이라는 MZ도 있다. 

 MZ들의 언어도 과거 기성세대처럼 축약과 생략 그리고 우리 사회를 꼬집는 어딘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핫한 '어쩔티비'는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라는 뜻이고, '제당슈만'은 "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드릴께요"라는 의미이다. 복잡다단함속에 살아가는 MZ들의 페이소스가 감지되는 언어이다. ‘H워얼V’(사랑해)처럼 글자를 뒤집어 쓰는 경우는 MZ세대만의 기발함이 번뜩이는 언어들이다. '쿠쿠루삥뽕' 처럼 별 뜻없이 사용하는 의성어도 있다. 

한 청년은 "SNS를 하면서 짤을 캡처해놓고 카테고리별로 폴더를 만들어 사용할 만큼 밈이나 이모티콘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형제, 친구 등 또래끼리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민정(가명, 23세) 씨는 “윗 세대랑 대화할 때는 신조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신조어로 얘기하다 보면 다른 세대랑은 전혀 통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MZ언어, 축약과 생략을 넘어

국립국어연구원이 지난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조어 사용빈도 조사결과 인터넷언어의 사용비율은 '자주'와 '보통'을 포함해 81%나 됐다. 이미 보편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젊을수록 사용빈도가 잦다. 실제 웃음소리(ㅋㅋ)나, 눈물(ㅠㅠ) 등은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신조어는 흔히 '낄낄빠빠'같은 축약어, 'ㄱㅅ(감사) 같은 초성어, 개이득 같은 붙임말, '멍멍이'나 '댕댕이' 처럼 특정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꾸는 표현등으로 대별된다. 

MZ들의 신조어는 기성세대에게 낯섬과 당혹감을 안겨주지만 한국이 인터넷 선진국이 되고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것과도 무관치않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말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말보다 문자를 쓰는 게 더 익숙한 Z세대 입장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인 셈이다.

‘일취월장’을 단순한 사자성어로만 이해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들은 ‘일요일에 취하고 월요일에 해장하자’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왁왁’ 역시 기성세대는 비명 소리로만 이해하겠지만 한자 ‘맛없을 왁’을 이용한 “맛이 없다”는 신조어이다.

고석영(가명, 26세) 씨는 “집에서 ‘킹받네’, ‘해보자고’같은 말을 하도 자주 쓰니까 부모님이 ‘그게 무슨 뜻이야?’하면서 물어오셨다. 그 이후에는 부모님도 종종 쓰신다”며 "역으로 신조어가 기성세대와의 소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성세대들도 한때 ‘웃기는 짜장/짬뽕’, ‘옥떨메’, ‘아수라발발타’, ‘뻐꾸기 날린다’ 등과 같은 '신조어'를 썼다. 최수영(가명, 23) 씨는 기성세대의 당시 신조어에 대해 “내가 유행어를 쓸 때 부모님이 이런 기분이셨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은비(가명, 23세) 씨는 “부모님도 나와 같은 시절이 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되레 재미있다”며 웃었다.


'석렬하다''재명하다''꾱정', 정치 신조어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와 연관된 신조어도 적지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석렬하다''재명하다'와 같은 '이름+하다'형태이다. '석렬하다'는 '망칠 것을 예상했으나 정작 망친뒤에 애석하다'는 말이다. '재명하다'는 '겉으로는 너그러워 보이지만 속은 얍삽하고 오만하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과 '공정'이라는 단어를 섞은 '꾱정'이라는 단어도 있다. 윤을 거꾸로 표기한 '굥'을 통해 "공정한 척하며 상대를 비난하지만 정작 본인은 공정을 상실한" 경우를 가르키는 표현이다.

물론 정치 신조어는 상대방 공격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블랙코미디 수준이면 풍자 정도로 웃어 넘기지만 '내편, 네편'의 편가르기로 이어지면서 키워드 전쟁이 되면 혐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MZ세대의 언어가 표준어로 등재될 가능성은 높지않다. 신조어임을 알게되더라도 널리 사용되지 않거나 뜻이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MZ들의 언어를 보면 기성세대들이 과거 자주사용했던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는 원리와는 전혀 다르다. 전통적인 신조어 방식인 축약 외에도 앞서 얘기한 '‘H워얼V’처럼 뒤집는 경우도 있다.


속도 빠른 사회, 단순명쾌한 언어만이 생존

MZ가 신조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명쾌하다. 짧고 빠르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롭고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아 소통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인터넷 문자를 매개로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다 보니 축약과 탈락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셈이다. 물론 세태를 풍자하는 신조어도 적지않다.

‘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 ‘나일리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따른 이득이나 특혜를 받는 세태’를 뜻하는 신조어로 나이를 앞세워 군림하려는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층의 반감을 담고 있다. ‘창렬하다’는 과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김창렬의 포장마차'라는 즉석 식품을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팔면서 생긴 신조어다. 연예인 김창렬씨는 해당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조어를 사용해 짧고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소통을 방해해 세대 간 대화가 단절되고 언어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점은 우려할 사안이다. 게다가 신조어의 많은 부분이 은어나 비속어, 외래어가 섞여 있어 우리 고유의 언어 한글을 파괴하거나 특정 계층이나 지역 등을 비하하는 신조어는 사회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트위터 유저는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나온뒤 사람들에게 감성이 사라졌고, ‘선비’라는 말이 나오자 절제하는 사람이 사라졌고, ‘나댄다’라는 말이 나오자 용기있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설명충’이라는 말이 나오자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케찹고백’과 같은 신조어의 경우 “세상에… 이런 말이 있다고?”는 반응이 많았다. ‘케찹고백’은 ‘아이돌육상대회’라는 TV프로그램에서 걸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엄지가 팬들을 위한 케찹이 모자라자 “케찹 2개 가져간 사람! 양심고백!”이라고 말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적절한 신조어는 소통하는 데 있어 양념 같은 역할을 하지만 모든 말을 줄이거나 과도한 신조어 사용은 비호감이라는 입장이다. 

서민정(가명, 23세) 씨는 “나도 신조어를 자주 쓰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라며 “친구와 연락 중 ‘코끝모’라는 답장을 받았지만 그 당시엔 이해할 수 없어 결국 검색 후에야 ‘코로나 끝나고 모이자’라는 뜻이란 걸 알았다”며 회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조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불구하고 MZ세대들은 재미있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한글파괴가 아니라 한글발전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않다. 

※ 슬기로운 신조어 능력고사 정답

①어쩔티비 :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②킹받네 : '킹(King)'과 '열받네'의 합성어다. 어떤 일에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격분한 상태를 의미한다. ③너또다 : '너 또 다이어트 한'의 줄임말이다. ④제당슈만 : '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드릴게요'를 의미한다. ⑤H워얼V : 'H웨얼V'을 거꾸로 읽으면 '사랑해'라는 단어를 의미한다. ⑥쉽살재빙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라는 의미다. 가수 거북이의 노래 '빙고' 가사에서 유래됐다. ⑦당모치 :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는 것을 의미한다. ⑧좋댓구알 : '좋아요·댓글·구독·알림 설정'의 줄임말이다. ⑨너뭐돼? : '네가 특별한 무엇이라도 되느냐'라는 뜻이다. ⑩설참 : '설명 참고하라'는 뜻이다. 

기획·취재=조현선·박은정·김나해 기자 / 김소연·이단비·김용태·김다혜 대학생 기자단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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