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주바람의 '2022 인문·문화아카데미'의 제주 답사기행 참여자들이 지난 5일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해녀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사)제주바람의 '2022 인문·문화아카데미'의 제주 답사기행 참여자들이 지난 5일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해녀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사)제주바람 제공] 

[뉴시안= 박용채 편집인]"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인문학적 가치를 느낀 특별한 선물이었다""제주에 대해, 제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다" "관광제주, 바가지 제주가 아닌 참 제주를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지난 10월말부터 1개월여간 진행된 (사)제주바람의 '2022 인문·문화 아카데미'가 지난 4일 제주 답사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번 아카데미는 10월 29일부터 11월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5시30분 서울 마포 중앙도서관에서 5차례 강연을 가진뒤 12월 2~4일 제주 답사로 이어졌다.

토요 강연은 문학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교수의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제주 다시 이해하기'를 시작으로 11월5일 '크레타와 제주섬신화'(김헌 서울대교수), 11월 12일 '4·3비극과 신원' (김진관 목사 등 7명), 11월 19일 '화산섬의 지질학적 가치'(문경수 과학탐험가), 11월26일 '기후 생태위기와 환경수도 제주'(안병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 2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사)제주바람의 2022 제주 인문문화아카데미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안병욱 환경공단 이사장의 강의를 듣고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사)제주바람의 2022 제주 인문문화아카데미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안병욱 환경공단 이사장의 강의를 듣고있다.

강연은 제주의 특별함에만 의존한 관점에서 벗어나 제주에 대한 새로운 경계와 관계의 인문학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매회 100명 안팎의 참석자가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신화에 천착해온 김헌 교수는 제주의 신화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연 참석자중 40여명을 선발해 진행한 실시한 제주답사에는 제주 전문가와 활동가를 초청해 제주의 '숨은 의미'를 찾고, ‘세계속의 제주’ 또는 ‘제주속의 세계’를 찾아 제주의 고유성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제주의 신화, 역사, 자연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장인 '노형수퍼마켙' 관람을 시작으로 4·3 평화공원 견학,곶자왈 탐방, 오름 트레킹에 이어 해녀박물관을 찾아 해녀춤을 체험하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4·3평화공원 견학 과정에서는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의 강연을 통해 4·3의 역사와 의미 등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야간에 이뤄진 오름 트레킹은 오감을 통해 원초적 자연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  

제주바람의 '2022 인문·문화아카데미' 제주 답사 참석자들이 지난 4일 제주의 대표적인 곶자왈 '선흘 동백동산' 탐방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주바람의 '2022 인문·문화아카데미' 제주 답사 참석자들이 지난 4일 제주의 대표적인 곶자왈 '선흘 동백동산' 탐방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번 기행은 일제 억압에 맞서 해녀 항일운동의 터전이었던 구좌읍 연두망에서 4·3 희생자들을 위한 해원상생굿 견학으로 마무리됐다.  해원상생굿은 현재의 문화예술과 토속신앙인 굿이 어우러진 형태로 진행되는 위령제로, 제주 심방(무당)들의 굿과 예술가들의 춤·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죽은 자와 죽은 땅을 되살리는 의식이다.

제주 답사에 참여한 강유진씨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기행을 했다"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인문학적 가치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연씨는 "제주의 숨결이 담겨있는 역사 현장 곳곳에서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더 깊이 알게됐다"며 "답사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 참석자들은 밤늦게까지 토론회를 통해 제주 4·3에 대해 논의하는 등 아픔과 고난의 역사를 지닌 제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옛 '탐라국'을 거론하며 "제주특별시가 아닌 제주공화국으로 거듭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 4·3'의 저자 고진숙씨는 "1965년 실제 제주에서는 독립을 거론한 인물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시 중앙정보부 분실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며 당시 신문보도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박선후 (사)제주바람 이사장은 "일련의 강연과 답사를 통해 참여자들이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공감을 얻어내고 '함께하겠다'는 적극적인 연대의사를 표명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제주가 기존보다 한차원 높은 질적인 문화관광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번 행사의 보완을 통해 내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제주의 본 모습을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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