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대법원 "월별 이혼 접수 건수"를 살펴보면 설과 추석이 있는 달과 그 다음달의 이혼 접수가 평균 15%정도 증가한다.

오랫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이 지나면 가족간의 정이 더 돈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체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자도 설과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혼 상담 요청이 늘어난다. 과거에는 주로 여성 상담자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남성 상담자도 많이 늘어났다.

고부갈등뿐만 아니라 장서갈등도 주요 이혼 사유가 되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부부"인데 "부부"가 1순위가 아닌 가정이 결국 가정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정을 잘 꾸려나갈 수 없다.

#이해해달라고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추석과 설명절엔 며느리가 음식부터 설거지 거기에 청소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집안들이 많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어머니는 계속 고압적인 태도로 며느리를 대한다.

참고 살던 과거에는 이런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태도다. 화를 내거나 무작정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내는 이런 남편의 "태도"에서 절망감을 느끼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있었던 가정법원의 판결을 살펴보자.

시어머니와 함께 살던 부부가 분가를 하자 시어머니는 아내에 대한 험담을 이곳저곳에 하고 다녔다. 아내 앞에서 친정부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아내가 딸만 둘을 낳았다는 이유로 셋째 동서가 낳은 아들을 호적에 넣어 키우라고까지 하였다. 이로 인해 아내는 우울증과 과민성대장증후군까지 앓게됐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를 돌봐주지 않았다. 남편은 당연히 아내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의 과도한 언행을 남편이 전혀 중재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 가정 파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으나 남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이 부부는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시어머니의 행동은 민법 제840조 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우자의 가족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아내의 손을 들어줬고 시어머니는 아내에게 위자료까지 지급해야 했다. 남편이 전혀 중재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처가살이를 하는 가정이나 육아의 부담으로 친정과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사는 경우 사위와 장모간에도 유사한 분쟁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모와 이를 껄끄러워하는 사위 사이의 장서 갈등에서도 결국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친정엄마 편만 들어서는 이런 갈등이 해소될 수 없다. 남편에게 이해만 강요해서는 사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장서갈등으로 인한 이혼 사례를 살펴보자.

"사위 지금 어디있나? 퇴근하면 바로바로 집에 가야지 무슨 업무상 약속 핑계로 술만 마시나? 우리애 그렇게 독수공방 시킬꺼면 뭐하러 결혼했나" 공기업에 다니는 남성은 이런 장모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급기야 장모는 귀가 시간에 맞춰 집에 찾아와 일장연설을 하기도 했다. 장모가 집을 떠나면 아내와 큰 언쟁이 벌어지기 일수였다. 이런 큰 언쟁이 벌어지면 고스란히 장모에게 이 소식이 전달되서 다시 장모의 추궁이 이어졌다. 결국 이 가정은 1년만에 해체됐다. 이 사례 역시 아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고부갈등과 장서갈등의 두 사례를 보면 결국 무책임하게 이해만 강요한 배우자로 인해 갈등이 증폭됐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부모니까 무조건 이해하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나마 참고 있는 배우자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우리 부모이기에 더 잘 안다면 배우자보다는 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가정을 꾸린 것은 남편과 아내, "부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재역할을 잘 하지 못해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 부부는 명절을 보내면서 결국 폭발해서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결혼은 상대방과 하는 것이지 가족과 하는 것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배우자이다. 부모님과 배우자 사이에 갈등이 생길때 효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상대방을 강요한다면 효도를 하는게 아니라 갈등만 증폭시키게 된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때 가족이 개입하면 잘 지낼 수 있는 부부가 이혼하기도 한다.

내 자식이 저 집안에 들어가서 고생한다며 적극적으로 자녀의 이혼에 개입하는 부모도 많이 늘었다. 심지어 자식의 이혼재판에 참석하겠다는 부모들까지 생겼다.

결국 부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부모의 결혼생활에 개입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부부간의 갈등이 부모들간의 대리전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부모 역시 자녀들의 결혼 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부모님 세대에는 자신의 고통보다 가정을 지키고자하는 마음이 커서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이혼을 새로운 삶의 출발로 여기고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혼 사실도 쉬쉬하지 않는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그렇다면 부부 생활에 과거보다 훨씬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요구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명절에 고생한 아내 그리고 남편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슬기로운 부부생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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