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전자결제를 통해 문 대통령이 승인하면, 개헌안은 국회에 제출된다.

이런 가운데 야당 측에서는 개헌안 발의에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개헌안 통과에는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김외숙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헌안의 제안설명을 했다. 제안설명을 들은 참석 국무위원이 앞에 마련된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서명하는 '부서(副署)' 형태로 의결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지에서 전자결재 형태로 개헌안 의결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이 오후 1시께 아부다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하면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 제출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김외숙 법제처장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입법처에 대통령 개헌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동시에 법제처에서 행정안전부에 대통령 개헌안을 제출, 전자관보에 게시되면 개헌안 발의 절차는 모두 완료된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에서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와 관련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암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관제 개헌에 대한 허상과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앞으로 사회주의 개헌 저지 국민투쟁본부를 설치하는 부분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투쟁 운동 방향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결렬한 각오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파탄 지경에 이른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서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 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장외 투쟁을 암시했다.

바른미래당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중단해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과정과 절차를 보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 되는데 정부는 발의 과정에서 국회나 정당 어디에도 협력을 요청한 바 없다"며 "국회에 공을 던지듯 개헌안을 던져놓고 너희가 공을 차든지 받든지 알아서 하라는 건 무책임한 겁박이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해 협치 구도를 깨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국무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이 개헌 불덩어리를 국회가 현명하고 지혜롭게 처리해야 할 시점인 만큼 여야 대표들이 함께 모여 개헌안 확정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자"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청와대 주도의 개헌은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차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며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정부가 개헌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개헌안 발의를 철회하고 모든 개헌 논의를 국회에 맡겨야 한다"며 "야4당은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청와대 주도 개헌 불가, 분권형 개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밀어붙이기'라고 지적하며 대통령과 여야5당의 타협에 의한 개헌안 마련을 촉구했다.

조배숙 대표는 우선 "개헌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할 국회가 거대 양당 싸움으로 개헌안을 내놓지 못해 국민께 부끄럽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쓴 소리를 전했다.

조 대표는 "문 대통령은 통과되지 못할 개헌안을 기어코 발의할 모양"이라며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중지해 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은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무슨 노력을 했나. 한국당은 또 무엇을 했나"라며 "청와대만 바라보면서 아무 역할도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개헌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횡포부리는 자유한국당이나 도긴개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만일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기회를 날린다면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는 대통령이나 무능력한 여당, 대안 없이 반대하는 제1야당은 역사에 책임져야 한다"고도 보탰다.

김경진 최고위원도 "4인 선거구가 도입된 곳이 28곳에 불과하다. 거대 양당 기득권이 야합한 결과"라며 "한쪽에서는 소수정당의 입을 틀어막고 진입장벽을 만들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소수정당을 보호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면 어떻게 신뢰하라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나 평화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정숙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대통령이 국회 상황을 무시한 채 지금 같은 '밀어붙이기'식 개헌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개헌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제대로 된 안을 마련해 통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가 보여준 개헌 추진 방식은 우려가 된다.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면 자칫 개헌안이 무산될 수 있다"며 "이제라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헌 추진방식에 대한 잘못된 사고를 바로잡길 바란다. 대통령은 여야5당과 상의해 개헌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개헌안을 접수 받은 국회는 현행 헌법 제130조 1항에 따라 60일 이내 의결을 해야한다. 26일 기준으로 60일은 5월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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