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원 초선 의원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 의원 모임을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19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원 초선 의원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 의원 모임을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야권은 큰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인물들의 운명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대선 이후 야권을 이끌어왔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 등 전(前) 대선 주자들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났다.

야권이 이번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옛 대선 주자 체제'는 자연히 마무리되는 형국이다. 이제 야권은 새로운 인물의 리더십이 필요한 국면을 맞았는데, 과연 누가 나와서 지도력을 발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선 출마 3인방 모두 물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총 14곳을 쓸어 담자 야권의지도부 등 중진 의원들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던 홍 전 대표는 제일 먼저 1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전에도 당을 독단적으로 이끈다는 당내 비판을 받아왔고, 선거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 ‘잘못된 리더십’만 보여준 셈이다. 광역단체장 '0석'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낸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즉각 사퇴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

유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바른미래당의 안 전 후보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전 서울시장 후보와 2등 경쟁에서도 패하자 선거 당일인 13일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며 "제게 무엇이 부족했고 앞으로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말한 뒤 일선에서 물러났다.

비대위 체제로 혁신 꾀하는 야권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3인방은 최근까지 각 당을 이끌고 선거를 책임져왔다.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도 고스란히 이들의 책임이 되어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제 야권은 공석이 된 지도자 자리를 누가 꿰차고 야권 개편을 이끌어나갈지 기다리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의원총회 직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집단으로 무릎을 꿇은 뒤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구냉전 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 일대 혁신하겠다"며 "보수와 진보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조기 전당대회는 지금 상황에서 치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며 "(혁신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오신환·채이배·김수민 의원, 이지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등 30~40대 젊은 정치인들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며 당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인선 브리핑에서 "비대위원 네 명 모두 40대 이하 젊은 정치인들로서 바른미래당이 새 시대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인물 찾기 실패하면 물러난 사람들 다시 등장할 수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며 "국민이 투표를 통해 지금 야권에는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만큼, 그 정점에 있는 기존 대권 주자들의 일선 후퇴나 정계은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 물러난 대선 주자 3인방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홍 전 대표, 유 전 공동대표, 안 전 후보 등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 지방선거 충격이 가라앉게 되면 이들이 다시 전면에 설 여지가 있는 셈이다.
  
향후 야권은 인물 찾기에 골몰할 것이다. 야권의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인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 결과는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 당장은 선거 완패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각 당 대표가 뒤로 물러났지만 그것만으로 정계은퇴를 거론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며 "현재 야권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 내세울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다 할 인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국 일정 시간이 흐른 뒤 기존 대선 주자들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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