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브리핑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브리핑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환경부는 보를 설치하면 치명적인 수질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를 MB정부가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듯 수심을 6m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4일 MB정부가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을 담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4번째 4대강 사업 감사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총 31조원을 투입했지만 앞으로 50년간 얻을 수 있는 편익은 6조 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21에 불과한 ‘실패한 사업’이라는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는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운하를 건설하면 보 설치로 수질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6월 반대 여론에 못 이겨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같은 해 8월 이를 대체하는 4대강 사업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보 설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냈다. 또 4대강 사업의 목적인 ‘치수’ 기능에 대해서도 강바닥을 파내고, 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근본 대안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MB정부는 환경부의 보고를 참고하기는커녕 ‘수질오염’과 관련된 내용을 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3월 환경부는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체류가 증가해 조류 발생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지만 대통령실은 “조류 관련 표현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후 보고서에서 조류 관련 문안은 삭제되거나 순화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같은 해 5월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4대강 사업을 하게 되면 16개 보 구간 중 9개 구간에서 조류농도가 증가할 거라는 예측 결과를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이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된 공론화나 추가대책 마련 없이 4대강 마스트플랜은 완성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환경부는 조류문제를 보고해도 대통령이 사업방향을 바꾸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로 추가 대책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결국 그해 6월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환경부는 같은 해 11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때 국토청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미흡한데도 협의해줬다.

평가서에는 ‘보 구간 조류농도 예측’ 등이 빠졌고, 보완 제출을 요구했던 ‘수질개선을 위한 가동보 운영 방안’도 보완되지 않았다. 

법상 전문 검토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을 사전에 입수해 ‘조류농도 예측 필요’ 등 부정적인 의견을 삭제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은 악화됐다. 대한환경공학회가 16개 보와 66개 중권역을 대상으로 실측자료를 비교한 결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낙동강과 영산강 전반에서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계별로 보면 낙동강은 COD가 악화(상류는 BOD, 클로로필-a도 악화)되고, 영산강은 COD와 클로로필-a가 악화됐다. 한강과 금강은 대체로 개선·유지 상태로 판단됐다.

공학회 평가에 따르면 보 건설 이후 조류경보 관심단계 이상의 남조류가 매년 발생한 보는 11개로, 남조류 발생 보 수가 대체로 증가했다.

감사원은 보 건설과 남조류 발생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를 건설하면서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졌는데 이 때문에 조류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대부분 징계·공소 시효가 지났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징계나 수사 의뢰를 받은 공직자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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