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키투 패키지 (사진=뉴시안 정윤희)

[뉴시안=최성욱 기자] 블랙베리가 부활했다. 더 이상은 양복 입은 아버지들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낡은 폰이 아니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새 시대를 열기 직전, 미국 백악관과 월스트리트의 사랑을 받던 넘버원 스마트폰은 바로 블랙베리였다.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지난 10년간 애플와 구글의 스마트폰이 승승장구 하는 사이 블랙베리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블랙베리 본사는 자체 운영체제의 개발을 포기하고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또한 TCL 등의 회사와 계약을 맺어 계속 소비자용 스마트폰을 생산했고, 그 결과 지난 해 '블랙베리 모바일'의 키원(keyONE)이 출시됐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블랙베리의 보안까지 추가한 키원은 단단한 키보드를 폰 하단에 추가, 확실한 차별화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2018년 6월 후속작인 블랙베리 키투(Key2)가 발표되었고, 세련된 블랙과 실버 두 가지 컬러에 키원보다 빠른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다.

뉴시안은 블랙베리 모바일 코리아의 협조로 평가용 장비를 대여, 사용해 볼 기회를 마련했다.  

 

블랙베리 키투 블랙 전면 (사진=뉴시안 정윤희)

첫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요즘 스마트폰은 전면이 대부분 화면인데 비해, 키투는 1/4 정도가 키보드다. 문자를 보내거나 검색을 위해 입력창을 누르면 화면에 표시되는 키보드가 실물로 있는 모양새다.

키보드는 영어가 흰색, 한글이 회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문자 배열은 컴퓨터의 키보드와 동일하다.

양손으로 폰을 잡고 두 엄지로 키보드를 눌러보니 생각보다 손이 빠르게 적응함을 느낀다. 한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소위 독수리타법의 초보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키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넓어서 실수로 상하좌우의 키를 누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Alt키가 왼쪽에, Shift 키가 마지막 줄에 있는 것이 다를 뿐, 처음 만져보는 키투 키보드는 기자 생활 내내 키보드를 만진 덕택인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영전환은 Alt+스페이스가 기본값이지만 $키로 변경도 가능하다

스페이스바는 다른 키들에 비해 두드러진, 돌출된 형태이다.

스페이스바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지문 등록 후, 스페이스바를 엄지로 누르면 곧 바로 인식되어 잠금화면이 해제된다. 뒷면에 지문센서를 장착한 폰에 비해 직관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쓰는 사용자라면 알림이 오는 경우, 폰을 들지 않아도 엄지를 대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블랙베리 키투 블랙 전면 (사진=뉴시안 정윤희)

"백 / 홈 / 메뉴"의 안드로이드 조작 키는 화면 하단, 키보드 상단에 위치해 있다.

터치 방식으로 동작하며 배열은 변경할 수 없다. 삼성 갤럭시 계열의 폰을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메뉴 / 홈 / 백" 배열로 되어 있던 것과 반대여서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화면은 4.5인치 3:2 비율이다.

기존의 스마트폰이 16:9였고, 요즘 플래그십은 18:9 정도로 길게 변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인다. 16:9 비율의 풀HD 1920*1080를 3:2로 자른 1620*1080 해상도이지만 화면은 깨끗하고 밝다.

전면 카메라는 8MP이다. 

 

블랙베리 키투 블랙 후면 (사진=뉴시안 정윤희)

뒷면의 느낌은 기존에 사용하던 폰과 다른 느낌이다.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LG, 애플, 삼성, 소니 등의 최신형 스마트폰은 유리로 뒷면이 덮혀 있다. 중저가 제품의 경우 메탈 재질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만, 블랙베리 키투는 고무같은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이다. 

손에 닿는 느낌이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케이스를 씌우지 않아도 튼튼한 프레임 재질은 '알루미늄'이다. 

전체 크기는 151.x 71.8 x 8.5 mm이고 무게는 168g이다. 아이폰 7보다 가로, 세로 조금씩 크고 무게감은 적당하게 느껴지며 부담스럽지 않다.

듀얼 카메라가 가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12MP의 렌즈가 두개, 듀얼 LED 듀얼톤 플래시도 있다. 플래시를 켜고 찍던, 끄고 찍던 실외에서는 사진이 잘 나온다.  실내 촬영은 조금 아쉽다. 구체적인 카메라 성능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블랙베리 키투 구성품 (사진=뉴시안 정윤희)

패키지는 단순한 구성으로 충전기와 케이블, 그리고 3.5mm 이어폰이 제공된다. 

이어폰은 인이어 스타일이다. 이어폰 잭이 상단 왼쪽에 배치되어 있기에 기존에 사용하던 이어폰도 쓸 수 있다. 

배터리는 3500mAh로 상당히 강력하다.

키투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화면을 탑재했다. 스마트폰 배터리 소비의 주범은 바로 커다란 화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사용시간은 긴 편이다. 기본 25시간, 이틀은 버티는 배터리가 장점이다. 빠른 충전도 지원한다.

 

블랙베리 키투 초기화면 (사진=뉴시안 정윤희)

뭐니뭐니해도 블랙베리 키투의 가장 큰 장점은 키보드다. 직관적으로 바로 입력할 수 있다. 

키보드에 없는 특수문자는 맨 아랫줄 sym을 누르면 화면에 특수 문자를 표시된다. 보고 입력하면 된다. Alt키를 누르면 W E R이 1 2 3으로 입력된다. 앱에 따라 숫자 입력칸이라면 그냥 눌러도 숫자로 입력된다.

키보드가 제공하는 또다른 혜택은 단축키 실행이다.

F를 누르면 페이스북을, I를 누르면 인스타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다. 섬세한 사용자라면 I를 짧게 누르면 인스타그램을 I를 길게 누르면 인터넷을 실행시키게, 한 키당 2개씩 단축키를 지정할 수도 있다.

단축키는 앱 실행 뿐 아니라 특정 작업도 가능하다. 매번 앱 서랍을 열고 원하는 앱을 터치하는 대신 키 한번 누르는 것으로 앱을 실행시킬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키를 누르는 대신 버릇처럼 앱 서랍을 여는 바람에 실 사용비율은 적었다.

화면 오른쪽 아래, 계산기처럼 3x3의 점이 찍힌 키는 독특하다. 단축키가 지정된 앱 사이를 왕복하며 바로 전환시켜주는 식이다. 스피드키를 누른 상태에서 F를 누르면 페이스북이 실행되고, 페이스북을 보다가 스피드키+I를 누르면 홈 화면으로 나가지 않고도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갈 수 있다.

블랙베리 매니아들은 키보드의 장점을 살린 최고의 기능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사용을 하려면 적응과정이 필요해 보였다.

 

블랙베리 키투 패키지 (사진=뉴시안 정윤희)

블랙베리 키투는 퀄컴사가 개발한 '스냅드래곤 660'을 사용한다. 

각 브랜드의 최고급 기종이 사용하는 '스냅드래곤 845'와 비교하면 코어 숫자가 부족하고 성능도 떨어지지만, 실 사용에는 부족함이 없게 느껴졌다. 이는 6GB의 넉넉한 메모리 영향이 크다. 

중급 기종은 대부분 4GB, 저가 기종은 3GB를 탑재한다. 메모리의 경우 사용자가 별도로 증설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블랙베리 메모리는 6GB로 넉넉한 편이다. 메모리가 부족하면 기존에 실행중인 앱을 종료시키고 다른 앱을 실행해야 해서 앱 구동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신형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즐기는 분이라면 두가지 면에서 불편할 수 있다. 하나는 비율이 다른 작은 화면이고 또 하나는 중급기 성능의 칩셋이다. 반면, 일반적인 검색과 SNS, 웹툰과 음악 감상 정도를 쓴다면 부담없이 쓸 수 있다. 

 

블랙베리 키투 키보드 모습 (사진=뉴시안 정윤희)

키투가 좋은 반응을 얻은 또다른 이유는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 정책도 한 몫 했다. 

해외 공식 판매가격은 $649이고 국내 판매가격은 64만 9천원이다. 굳이 해외직구를 선택할 이유가 없게 만든 현명한 가격 책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블랙베리 키투는 키보드로 승부를 보는 폰이다. 

단축키 실행등의 고급 기능은 차차 익히더라도, 터치를 실수해서 생각과 전혀 다른 글을 전송한 실수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하드웨어 키보드를 누르는 '올드 패션'이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

참고로 하드웨어 키보드는 터치 키보드에 비해 입력속도를 높여주는 도구는 아니다. 오히려 직접 누르다보니 손에 힘이 들어가고, 또 양손으로 입력해야 하기에 서류가방이라도 들면 입력을 위해 멈춰서는 일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 키투의 키보드는 매력이 넘친다.

그야말로 "키보드의 역습"이다.

[글 최성욱 | 사진 정윤희 | 제품협조 블랙베리 모바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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