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 26일 새벽 2시, 애플은 새로운 서비스 관련한 행사를 진행한다. 애플TV의 구독 서비스 관련으로 예상되는데 스티브 잡스 시절 그는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며 일갈한 바 있다. IT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만큼이나 변화의 폭이 크다. 잡스 사후 그의 예측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이중 애플도 외면한 3가지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키보드 기능이 강력한 블랙베리 클래식 (이미지=블랙베리 광고 캡쳐)
키보드 기능이 강력한 블랙베리 클래식 (이미지=블랙베리 광고 캡쳐)

[뉴시안=최성욱 기자] 애플이 아이폰를 처음으로 출시한 2007년에는 블랙베리와 윈도CE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대세였다.

이들은 얼마 안되는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는데 블랙베리는 키보드를 내세워 정계와 재계의 상층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블랙베리 메신저 BBM(Blackberry Messenger)이 있었다. 지금은 대중화된 기능이지만 당시로서는 놀라운 기능은 '읽음 표시'였다.

혁신적인 이 기능은 오류없이 확실하게 처리하는 미국의 '컨펌(confirm)' 문화와 잘 맞아 떨어졌다. 연결이 자주 끊기는 휴대폰 네트워크의 신뢰성이 낮았던 시절이기에 내가 보낸 메시지가 상대에게 잘 전달됐는지 분명히 보냈는데 받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오류는 BBM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작성한 문자가 상대방 블랙베리에 도착한 경우 배달 D(delivery)가 메시지 앞에 작게 표시된다. 배달된 메시지를 상대가 읽으면 R(read)가 또 상대방이 답장을 작성중이라면 '...' 이라고 표시되며 답장을 작성중임을 표시하는 기능은 높이 평가받았고 바로 이 BBM의 메시지 기능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한 구매 요인이 됐다. 

블랙베리 메신저 BBM 아이콘 (사진=블랙베리)
블랙베리 메신저 BBM 아이콘 (사진=블랙베리)

◆ 블랙베리 메신저 BBM, 공지 기능 활용

카카오톡이 대중화된 2019년의 시각으로 보면 모든 메신저의 기본 기능으로 이게 뭐 대단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007년에는 블랙베리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BBM은 현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도 지원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블랙베리 폰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BBM 대화가 가능했기에 블랙베리는 백악관과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 백악관의 관료들은 바로 이런  BBM을 토대로 유선전화망이 모두 끊겨도 블랙베리를 통해 업무는 문제없이 진행된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특히나 기업의 관리자들은 '공지(broadcast)'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BBM 주소록 전체를 대상으로 혹은 특정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들에 제한적으로 공지를 띄울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기상이변 등을 경고하는 정부의 생활안전 문자처럼 강력한 알림을 보내는 기능이었다. 긴급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경우 증권가에서 즐겨 사용하던 기능이다. 실제로 이 기능은 (주요 메신저 기능으로 비교해보면) 지금도 블랙베리에만 적용 돼 있다.

당장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도 혹은 매수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 일제히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에게 쎈 알림을 보낼 수 있었던 기능은 큰 장점이었던 것이다. 보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사분란한 분위기는 일반적인 그룹에서는 필요치 않았을 수 있지만 정부 조직과 금융계를 파고든 적절한 기능은 오바마 정부까지 이어지며 주목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2008년 오바마는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후보로 유명했다. 오바마 후보 덕택에 블랙베리는 엄청나게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당시에 진짜 혜택을 받은 것은 오바마였다. 보좌관을 통해 정보를 받는 일반 후보들과 달리 직접 블랙베리를 통해 소통하는 이미지가 젊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컴팩의 PDA (사진=컴팩)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컴팩의 PDA (사진=컴팩)

◆ 윈도우 CE, 불편한 스타일러스

이렇듯 정재계의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는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었지만 소비자 시장은 달랐다.

볼펜심정도로 얇은 두께의 전용 펜, 스타일러스(stylus)을 사용하여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소비자용 스마트폰 시장은 극소수의 전문가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PC 운영체제의 대명사인 윈도우CE(Consumer Edition)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여러종 나와 있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전에 판매되던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에 통신 모듈을 붙인 PDA는 개인 비서로 주목받았지만 기능면에서는 전자수첩에 불과했다.

PDA 스마트폰은 기능 면에서 제한이 많았고 특히나 느린 조작속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이들도 많았다. 가장 큰 불만은 스타일러스였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가 본체에 펜을 수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에 그게 뭐가 불만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직 스타일러스만이 입력을 지원하는 도구였고 손가락은 지원하지 않았다.

블랙베리의 키보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일러스가 입력장치의 전부이던 시절, 잡스는 태초부터 인류가 갖고 있던 도구 ‘손가락’을 활용하자고 들고 나왔다. 블랙베리는 화면 하단에 키보드가 고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화면 크기는 작았고 잡스는 입력 환경에 따라 크기와 입력도구가 바뀌는 스크린 키보드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블랙베리의 고정적인 키보드 대신 다양한 이모티콘이 보이는 키보드를 보여주며 필요할 경우 키보드를 감추고 화면을 넓게 쓸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잡스는 스타일러스에 대해서는 폭언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 부었다.

본체에서 스타일러스가 자주 빠져서 사라지기 일쑤였고 쥐는 느낌은 가늘고 얇아서 그립감이 형편없었다. 잃어버리면 재구메하기 쉽지 않고 비싼 점은 불만의 대명사였다. 이 때문에 잡스는 절대 잃어버릴 염려 없는 손가락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펜슬 2세대 (이미지=애플 화면캡쳐)
애플펜슬 2세대 (이미지=애플 화면캡쳐)

◆ 애플 펜슬, 2세대까지 나와

스타일러스는 필요치 않으며 손가락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외쳤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은 변했다. 18일(현지시간) 애플은 2세대 제품까지 발표한데 이어 1세대 펜슬을 지원하는 신형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했다.

살아 생전 잡스가 했던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애플 펜슬은 본체에 수납할 수 없는 방식이고 그립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펜 굵기도 두껍다. 어떻든 애플 펜슬은 잡스가 그동안 주장해온 ‘손가락이 최고, 펜은 필요없어’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죽은 잡스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방법을 찾을 만큼 놀라운 변화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이제 노트북과 경쟁하고 있다. 키보드는 정식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전혀 부담이 없는 마우스 지원은 굳이 하지 않고 있다. 노트북처럼 사용하려면 마우스 지원이 필수라는 것은 여전히 막고 있는 것은 애플 펜슬로 이를 대신하려는 애플측의 고집일 뿐이다. 경쟁 태블릿들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지원하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애플 펜슬은 스티브 잡스의 예측이 빗나간 대표적인 사례이다. 크고 작은 화면의 아이폰, 그리고 크기를 달리한 애플 아이패드에 이어 애플 펜슬까지 등장하며 잡스의 시대는 확실히 막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러스가 필요없다던 잡스가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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