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에어파워
애플의 에어파워

[뉴시안=최성욱 기자] 2년전 정확히 18개월전인 2017년 10월 애플은 에어팟2가 무선충전 가능을 제공한다면서 조만간 애플 사용자들은 퇴근 후 폰과 시계, 이어폰을 하나의 충전기에 올려놓으면 된다며 혁신적인 기술을 담은 제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제품의 이름이 바로 에어파워(Air Power)이다.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 에어파워는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 된 제품이다.

하나의 패드에 여러개의 장비를 올려놓으면 충전기 전력도 넉넉해야 하고 또 정해진 위치에 놓지 않으면 충전이 잘 안 될 수도 있기에 불량 아니냐는 문의가 들어올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너무 지나친 비약으로 애플이 몸 사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옷을 입은 채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안내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다리미가 판매되는 미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사용상의 문제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여론이 불거질 것을 두려워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유사한 제품을 내놓았고 악세사리 전문 제조사들 역시 비슷한 멀티 충전기를 출시한 상태이다. 애플은 스스로 ‘까다로운 제품검수 수준을 달성하지 못해’ 프로젝트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애플이 원하는 높은 수준은 왜 필요한 것이며 다른 업체들이 무난히 출시하는 제품을 예고까지 하고도 내놓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는 세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첫번째는 ‘공장없이 디자인만 하는 애플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모든 제품에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됐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라고 표시한 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자체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디자인만 하는 회사이다보니 생산라인에서 차질이 생기는 경우 이번처럼 제품공급이 진행되지 않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폭스콘이 도맡아 생산한다. 이로 인해 생산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제품 공급이 늦어지기도 하고 다른 부품의 수급이 문제가 생겼던 경우에도 차질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번째는 ‘교체 방식의 사후 관리(AS)’ 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의 글로벌 회사는 미국 내에서도 전문 AS조직을 갖추지 않고 있다. 자체 조직이 없다 보니 간단히 부품교체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관리의 편의를 위해 통째로 교환하는 리퍼(refurbish)로 처리한다. 애플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수준의 엔지니어가 전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AS의 경우 부품수리가 일반화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긁힘이 생기거나 엔지니어의 기술수준 차이로 인해 종종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예상보다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불편 역시 존재한다.

팀 쿡이 애플 지원들을 대상으로 스티브 잡스 사후 잡스를 기리는 연설 모습 (사진=애플)
팀 쿡이 애플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티브 잡스 사후 잡스를 기리는 연설 모습 (사진=애플)

세번째는 ‘애플 특유의 클로즈드 시스템 (closed system)’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은 매킨토시 시스템을 혼자만 독점하지 말고 오픈 시스템으로 확장하라는 압력을 받았었다. IBM 계열의 개인용 시스템은 호환 부품들로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한데 매킨토시는 그렇지 못하다보니 가격도 높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좁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잡스는 시장을 키워나려면 규격을 공개하고 라이센스만 받는게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시스템 안전성과 보안 문제에서는 커다란 위협이라며 애플은 클로즈드 시스템을 고수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컴퓨터 뿐 아니라 아이폰에도 이어졌고 배터리 교체가 일반화된 폰 시장의 규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형 배터리를 추가한 것 역시 임의대로 개조되는 것을 막고자 한 애플의 철학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이렇게 공장없이 디자인한 제품을 외부에서 생산하고,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AS를 진행하는 일반적인 제조사와는 궤를 달리하는 회사이다. 또 오래전부터 기업 문화로 클로즈드 시스템을 선호해 왔다.

결국 에어파워를 내놓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를 감지한 애플은 프로젝트 철회로 공식화했다. 다소 서운한 애플 팬들도 있겠지만 이는 애플이 생산한 에어파워가 중단됐을 뿐이며 다른 악세사리 제조사들은 이를 호기로 삼아 유사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니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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