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기영노 편집국장/스포츠 평론가] 한국 프로야구도 37년째를 맞아 이제 선수층도 두터워졌고, 기존 선수들의 노하우도 많이 생겨서 신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고졸신인은 이제 ‘대학 1학년 프레시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어렵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 팀을 우승으로 이끈 염종석(17승9패 방어율 2.33), 염종석은 그 해 포스트 시즌 때 2경기에서 완봉 승을 거두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었다.

2006년에 한화 이글스에 입단,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 괴물투수라는 소리를 들었던 류현진(18승패 방어율 2.33). 류현진은 팀을 정규리그 3위로 끌어 올려, 플레이오프에서 기아 타이거즈 팀을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1차전(패배), 4차전(6회 투아웃까지 2대1 상황에서 강판...2대4패)에 선발 등판 했지만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2할9푼의 타율에 29개 홈런을 기록, 신인왕을 거머쥔 강백호(KT 위즈) 같은 천재성 고졸 루키들이 나오기 매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판도를 뒤집을 ‘고졸 신인 투수 3인방’이 한꺼번에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 선수 모두 오른손 투수 즉 정통파 투수가 아니라 좌완 또는 사이드 암 투수들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마운드에서 왼쪽으로 던지거나, 밑에서 위로 던지는 변칙 투수들은 타자 입장에서 저절로 디셉션(deception) 동작, 즉 공이 잘 보이지 않아서 스텔스 기능을 장착하게 된다. 까다로운 투수가 되는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 김기훈의 역투 모습 (사진=뉴시스)

◆ 스텔스 기능 장착한 고졸 삼총사

기아 타이거즈 김기훈,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그리고 LG 트윈스 정우영 투수다.

기아의 김기훈 투수는 1m83cm, 88kg의 꽉 찬 체격에 좌완투수임에도 152km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2018년 광주동성고의 청룡기 우승의 주역이었다.

당시 김기훈은 장충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8과3분의1이닝 동안 9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그 날 105구를 던진 김기훈은 대회 규정에 따른 투수 1일 최대 투구 수를 채운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동성 고 4대2승)

김기훈은 ‘76구 이상을 던진 투수는 4일을 의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고교야구 규정으로 인해 바로 다음날 열린 포항제철고와의 청룡기 결승전에서 투수로 등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자로서 2루타, 투런 포까지 때려내며 동성 고를 15년 만에 청룡기 우승을 이끌었다. 투·타에서 맹활약한 김기훈은 대회 MVP로 선정됐다.

김기훈은 지난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대 선배 선동렬로부터 극찬을 들었다.

현지에서 김기훈의 투구를 지켜 본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무조건 선발 감이다. 내가 보장 한다”고 엄지 척을 했다. 선동렬 전 감독은 “공 끝이 살아 있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물러나지 않고 칠 테면 쳐보라는 듯이 겁 없이 던지는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평했었다.

김기훈은 3월24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구원으로 등판한 데뷔전에서는 1과3분의1이닝 1실점으로 약간 흔들렸지만, 선발로 등판한 3월28일 한화 전에서는 5이닝 2실점 투구로 안정감을 보였다. 최고구속 147km에 공 끝이 예리했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잘 들어갔다. 팀이 리드하고 있는 6회에 마운드를 내려 왔지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김기훈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들었던 제2의 양현종”이라는 별명이 가장 좋다. 양현종에 버금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기아는 지난 1985년 해태시절 이순철 이후 리그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35년 만에 신인왕이 나올 것인지 지켜볼일이다. 올해 김기훈은 우선 10승이 목표라고 한다. 만약 10승에 성공한다면 신인왕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롯데 자이언트 서준원 투수 (사진=뉴시스)
롯데 자이언트 서준원 투수 (사진=뉴시스)

◆ 제2의 김병현 서준원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 암 투수 서준원은 투수에게 불리한 5~6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시속 149㎞의 강속구를 뿌렸다.

지난 3월30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와 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LG 트윈스 팀의 간판타자 박용택과의 승부에서는 3구 삼진으로 잡았는데, 마지막 삼진을 시킬 때 공의 스피드가 무려 149km였다. 당시 영상 5도 안팎의 차가운 날씨와 언더핸드 투수라는 점을 감안 하면 엄청난 스피드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절정의 피칭을 했었던 김병현 선배를 연상케 하는 핵잠수함 투구 였다. 그러나 이튿날인 3월31일 LG전에서는 연장 11회 등판해 주자 2명을 진루시킨 뒤 교체됐고, 후속 투수가 끝내기 안타를 맞아 패전을 기록했다.

서준원 투수는 학교에서 야구를 한 것이 아니라 리틀 야구 출신의 이색경력의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투수를 했고, 중학교 3학년 때 팔꿈치 즉 토미 존 수술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서준원을 2019 1차신인 지명을 하면서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줬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사이드 암 투수로 벌써 150km의 강속구를 던지고 있고, 경기운영 능력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서준원은 국제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겼다. 20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을 해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서준원이 1992년 염종석 이후 27년만의 신인왕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LG트윈스 정우영 투수 (사진=뉴시스)
LG트윈스 정우영 투수 (사진=뉴시스)

◆ 정우영에게는 임창용의 향기가

전지훈련 때부터 전문가들의 주목받았었던 정우영 투수는 LG 트윈스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다.

당시 최일언 LG 투수코치는 “체격 조건(키 193㎝)과 투구 밸런스가 좋다,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공 끝에 힘이 있고 움직임도 좋다”고 평했었다.

정우영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 본 유강남 등 선배 선수들도 “(우영)이의 투구 폼이 안정적이며 투구 밸런스도 좋고 공 끝에 힘이 좋다. 앞으로 투구할 때 하체만 좀 더 이용한다면 공이 위력적이 될 것 같다”고 호평을 했다.

정우영의 공은 김기훈이나 서준원 투수처럼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신인답지 않은 날카로운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아 LG 마운드의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우영은 고교시절에도 초특급 고교선수로 잘 알려 졌었다. 지난해 LA 다저스 마이너 계약을 한 최현일 그리고 두산 베어스 이교훈 투수와 함께 서울 고 마운드를 이끌었었다.

2019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에 지명돼 계약금 1억원을 받았다.

신인으로 유망주로 분류되어서 1차 지명된 대졸 투수 이정용과 함께 LG 팀의 스프링 캠프에 합류 했었다. 류중일 감독은 “정우영에게는 임창용의 향기가 난다. 제구력이 좋고 투심이 위력적이다. 슬라이더 제구력만 더 다듬으면 프로에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고 말했었다.

정우영은 3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6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앞선 3경기에서 5이닝 동안 한 점도 주지 않았던 정우영은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갔다. 라이벌 롯데 불펜 서준원은 자신이 내 보낸 주자가 결승득점을 올려 패전투수가 됐다.

LG 트윈스는 그동안 5명의 신인왕을 배출 했다. 1986년 김건우 투수, 1988년 이용철 투수(이상 MBC 청룡), 1990년 김동수 포수, 1994년 유지현 유격수 그리고 1997년 이병규 외야수 등이다. 만약 정우영이 신인왕이 되면 22년 만에 6번째 신인왕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김기훈, 서준원, 정우영 세명의 투수들은 숱하게 얻어맞고 또한 승패를 거듭하면서 ‘프로의 진한 맛’을 보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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