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5일 발생한 마포구 KT아현지사 화재 복구작업 모습 (사진=뉴시스)
작년 11월 25일 발생한 마포구 KT아현지사 화재 복구작업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박성호 기자] '통신 대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힌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원인이 결국 원인 규명에 실패한채 내사 종결될 예정이다. 원인 규명에 실패한 탓에 입건자는 0명이다.

3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장시간 화재로 인한 현장 훼손으로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당시 약 9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 등으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타버려 구체적인 발화지점을 한정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결과로 발화지점이 특정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발화 원인도 규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실화 여부도 국과수 감정에 따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입건자가 '0명'인 이유를 '화재원인 미상'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는 원인이 규명된 후 근무태만이나 관리 부실 등이 매개가 됐다는 것이 입증이 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작년 11월24일 오전 11시14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1층 통신구 내부에서 발생, 16만8000회선의 유선 회로와 220조 뭉치의 광케이블을 태우고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로 인해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 일대를 비롯해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까지 통신 장애가 발생하며 '통신 대란'을 일으켰다. KT 측은 총 469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경찰 조사결과 KT 측의 통신구 관리 관련 근무태만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T는 통신구 출입시 담당 직원이 직접 안내하고 참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평소 이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화재 발생시 가장 마지막인 5단계에서 소방 신고를 하게끔 하는 KT 화재초동조치 메뉴얼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경찰은 화재 발견 즉시 신고를 하도록 메뉴얼을 수정하고 근무태만 부분도 시정하도록 KT에 통보할 방침이다.

경찰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13명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지난해 11월25일부터 28일까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세 차례에 걸친 합동 감식을 했다.

국과수는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 지점 주변과 집수정 방향 주연소 지점의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 있다"는 감정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발화지점 한정 및 발화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낮지만 대란이라고 불린 사건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KT에 시정조치로 마무리됐다는 점은 시민의 눈높이와는 괴리감을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경찰로는 화재원인 미상으로 마무리를 짓는 봉합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전례를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와 처벌범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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