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수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생수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 국내 생수 시장에 이른바 '라벨 프리(상표띠를 부착하지 않는 제품)' 바람이 불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심을 비롯해 동원에프엔비, 롯데칠성음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 등 국내 생수 생산량의 74%를 차지하는 10개 기업들이 라벨을 뗀 친환경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친환경 경영'에 동참하고 나섰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은 말 그대로 '물'을 만났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수돗물 유충 사태 등으로 '안전한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수 구매량이 급등했다.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생수 시장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유통업계에 불어든 '친환경'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 생수에 붙어있던 상표띠(라벨)을 떼어내,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분리수거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는 라벨이 없어지면서 생수 시장에 자체브랜드(PB) 제품들이 공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라벨' 사라진 생수 시장…친환경 경영 동참

최근 한국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음료, CU 등은 '무라벨'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제조사 최초로 '아이시스 8.0 ECO' 1.5ℓ를 선보이며 무라벨 생수의 시대를 열었다.

롯데마트와 CU 등 유통업계는 '무라벨 생수' PB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에코'라는 무라벨 PB생수를 내놓았다. 동시에 롯데마트는 신제품 판매 금액 10%를 국내외 아동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CU도 편의점 업계 최초로 지난해 '헤이루 미네랄워터'를 출시하며 라벨을 없앴다.

'무라벨' 움직임은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행한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생수병 등에 사용되는 투명 페트병은 전용 배출함에 분리 배출돼야 한다. 라벨은 제거하고 페트병을 찌그러뜨린 후,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만약 어길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생수를 분리수거할 때 라벨을 하나하나 떼는 것이 번거로웠는데, 앞으로 별다른 과정 없이 바로 분리수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페트병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다. 

다만 생수 시장에 찾아든 무라벨 움직임으로, PB제품이 무분별하게 출시돼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전에 소비자들은 생수 제조회사 고유의 라벨로 상품을 구별하고 구매했는데, 상품을 뚜렷하게 구별하는 라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가격을 초강수로 둔 신제품들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생수 시장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는 기업들은 라벨은 없애지만, 뚜껑 컬러 등으로 브랜드를 나타내거나 페트병에 음각으로 브랜드를 새겨 넣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오히려 고객들에게 기업이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라벨 생수를 판매 중인 기업 관계자는 "라벨을 없앤 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생수 상품의 판매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은 무라벨 생수가 분리수거에 편리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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