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 전문 회사 리하베스트의 민명준 대표. (사진=리하베스트)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 전문 회사 리하베스트의 민명준 대표. (사진=리하베스트)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업사이클링'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주로 패션·유통업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최초로 음식물 부산물로 업사이클링에 도전한 기업이 있다. 식품 제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리하베스트(RE: harvest)'가 그 주인공이다. 본보는 리하베스트 김도희 사업개발 본부장(CSO)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봤다. 

◆쓰레기 취급 받던 맥주박·식혜박의 변신

전 세계 먹거리 생산량의 약 ⅓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 중 약 55%인 98.8톤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다. 식품을 제조하다 남는 음식물 쓰레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 등 일부 빈곤 국가에서는 한 끼 식사조차 어려워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민명준 대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국제적 빈부격차를 경험했다. 안타까운 현실을 직면한 그는 '어떻게 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이미 발생된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미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벤치마킹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계기다.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정말 버려지는 음식들이 많아요. 그런데 다른 국가에서는 이 시간에도 배고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발생하고 있죠. 민 대표님은 세계적인 빈부격차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는 최초였지만, 미국에서 이미 2~3년 전부터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을 추진하시게 됐죠."

민 대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위해 다양한 식품 부산물을 찾기 시작했다. 맛과 영양 모두 챙기지 못한다면 식품 부산물의 특성상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식혜를 만들고 남은 '식혜박(Barley Saved Grain·BSG)'이다.

"리하베스트의 첫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의 생각과 달리 국내 식혜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식혜박 양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식혜를 만들고 남은 식혜박은 비료와 사료로 사용돼 왔지만, 그마저도 너무나도 많아 쓰레기로 버려져 왔다고 해요. 저희가 직접 성분조사까지 해보니 식혜박에는 식이섬유와 프로틴 등의 좋은 영양소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수거하며 상품화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김도희 사업개발 본부장이 리너지바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김도희 사업개발 본부장이 리너지바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리하베스트는 한 식혜 기업으로부터 식혜박을 제공받은 후 살균과 건조·분쇄 등의 공정을 거쳐 BSG가루(리너지가루) 원료를 완성했다. 리너지가루는 밀가루보다 약 1.3배 많은 단백질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10배 이상 많아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에 리하베스트는 리너지가루에 견과류 등을 첨가해 만든 에너지바 '리너지바(RE:nergy bar)'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음식물 부산물이라는 편견에 거부감이 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달리, 소비자들은 푸드 업사이클링이 친환경적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열광했다.

환경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까지 골고루 갖춘 리너지바에 반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실제로 리너지바를 맛본 소비자들은 "간단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다", "거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맛있다고 잘 먹는다", "퍽퍽하지 않아 식감이 마음에 든다" 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식품을 업사이클링한 곳은 우리가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소비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진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일부 어르신들은 '청년들이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주시곤 했죠. 젊은 층들은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에 신기해하며 시식했다가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들이 먼저 제의 와요"…오비맥주와 협업 성공

리하베스트의 가치 있는 사업은 식품업계에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오비맥주와의 협약 이후 오비맥주에서 맥주를 제조한 후 남은 맥주바를 리하베스트가 독점으로 수거하고 있다. 양사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치즈·흑임자맛 리너지바도 선보였다.

올해 초에는 수제맥주기업 카브루와 협업해 '수제맥주박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카브루가 구미호 맥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으로 피자 도우를 만든 것이다. 이에 '맥주박 도우로 만든 스파이시 램피자' 상품을 내놓았다.

"저희는 다양한 부산물로 피자·그래놀라·만두피·생 면 등까지 출시할 계획이에요. 처음에는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이 가능성이 많은 분야인 줄 몰랐는데, 직접 체험해 나가면서 업사이클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요. '이런 것까지 업사이클링이 되나' 싶은 것들이 상품화되고 있으니깐요. 때문에 맥주기업 외에도 여러 기업으로부터 사업 제안이 계속 오고 있어요."

리하베스트의 리너지바에는 '검수 완료'라고 적힌 사랑의 새싹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이는 안산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한 사회 취약 계층이 작업한 것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리하베스트의 리너지바에는 '검수 완료'라고 적힌 사랑의 새싹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이는 안산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한 사회 취약 계층이 작업한 것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사회 취약 계층과 함께 성장하는 리하베스트 

리하베스트의 리너지바에 자세히 보면 '검수 완료' 문구가 담긴 사랑의 새싹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이는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발달 장애 직원들이 직접 상품을 검수한 후 붙인 것이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리너지바 완제품의 1차 검수 과정을 전담하고 있다.

리하베스트는 왜 일반 기업이 아닌 장애인보호작업장에 검수 작업을 맡겼을까. 이는 민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추구한 '계층 선순환', '경제 선순환'의 가치가 담겨 있다. 

"저희는 사회 취약 계층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데 적극 돕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특히 이들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발달 장애 특성상 손을 쓰는 활동이 좋은데, 리하베스트가 장애인보호작업장에 검수를 맡기면 이들의 생계는 물론 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마음이 따뜻한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리하베스트의 성공세는 해를 거듭할 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는 엠와이소셜컴퍼니와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리하베스트는 투자금을 활용해 시설 설비를 구축하고, 원료 사업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대량으로 수거해 다양한 푸드 업사이클링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흔히 사회적 기업은 '돈을 못 번다'라는 인식이 많아요. 그런데 리하베스트는 스타트업 업계에 '사회적 기업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구나'라는 도전 의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저희와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업들과 협업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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