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예견된 장애물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다름 아닌 세대교체의 길목에서 불가피하게 드러날 기성세대 즉, 중진들과의 의견충돌이다. 

이는 공천방식을 놓고 불거지고 있다. 공천이라는 사안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이 대표가 공약으로 내건 선출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놓고 당내 반대 여론은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천 등을 할 때 시험을 치러 선발하겠다는 방침과 관련해 당장 당 지도부에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야권 일부에서 “당 대표가 되자마자 ‘공천룰’을 건드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란 말과 함께, “개혁은 기존에 있던 질서를 무조건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로 나설 때부터 급진적 성향으로 당의 세대교체와 개혁을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 조금씩 대두됐었다. 그 부작용이란 다름 아닌 기성정치인으로 불리는 중진들의 반발이다. 

이와 더불어 이 대표가 세대교체와 개혁을 놓고 실험적 정치를 할 경우 국민의힘은 내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급진개혁파와 온건파 간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 대표의 정치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젊은 혈기가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야권 안팎에서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17일 뉴시안과의 통화에서 “공천은 정치인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며 “당 대표가 되자마자 여기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중진들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공천룰을 지금까지 보지 못한 방식으로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이 인사는 “기존에 존재하는 룰이 못 마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룰이 형성되기까지 나름이 과정이 있었고 질서가 존재한다”며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난 입장에서 보면 다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준석 대표는 젊은 사람의 장점도 있지만 젊은 사람의 단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출직은 시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선출하도록 만든 제도인데 (자격시험제는) 국민주권주의라는 대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학습능력이 떨어져도 국민의 애환을 함께 하는 지도자를 많이 봤다”며 “컴퓨터 근처에 가지 못한 분들도 훌륭한 분들이 여럿 있다. 일방적 시험으로 걸러내겠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자격시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 유력 정치인과의 인맥을 활용한 낙하산 공천이나, 공천 줄 세우기 등을 방지하고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하는 제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진들 사이에서 반발기류가 형성되자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취지를 설명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 회의 직후 “자격시험은 (한기호) 사무총장 중심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서로 우려를 표시하는 단계로 생각한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까지 응시자 동영상을 심사해 1차 예선 통과자 100명을 걸러내고, 이 대표가 ‘1대1 압박 면접’으로 16명을 가린 뒤 리그전을 거쳐 순위를 매기겠다는 ‘토론배틀’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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