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도 파주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도 파주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뉴시안= 김진영 기자]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하 최재형 후보)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에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의힘에 전격입당한 이후 얼마 간 상승세를 타는가 싶었지만 현재 지지율은 조금씩 하락하는 분위기여서 최 후보 캠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 후보는 야심차게 4일 '대선출사표‘를 던졌지만 특별한 '컨벤션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최 후보 캠프는 출마문 원고를 여러 차례 심혈을 기울여 가다듬고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를 찾아 리허설하는 등 고된 '점검작업’ 끝에 출정식을 가졌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아쉬점이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선후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하 윤석열 후보)에 시선이 쏠려 있는 시점에 ‘출마선언’은 다소 그들만의 파티를 보는 느낌”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캠프 주변에서 “출정식 때 주목을 끌 수 있는 카드를 아무것도 꺼내지 못하고 원론적이고 막연한 소리만 한 부분이 아쉽다”는 말이 들린다.  

4일 여론조사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기획한 이벤트가 주목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며 “국민의힘 1위 후보가 최 후보에서 윤 후보로 순식간에 바뀐 상황을 고려하면 최 후보는 출마선언 때 ‘바른 말’보다 ‘센 말’을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후보의 출마문에는 법치·통합·치유·미래 등이 핵심 키워드로 담겼고 문재인 정권의 반헌법적 통치행위에 대한 비판과 국민통합에 대한 강조가 담겼다.  

최 후보의 이날 '선언 효과'가 지지율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후부터 본격화될 경선 경쟁을 위한 방향성, 즉 흥행전략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야권 일부에서 제기된다. 

최 후보는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에 진격 입당해 당내 대권주자 1위로 올라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윤 후보가 조기 입당을 선언하면서 최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최 후보 캠프 입장에서 더 심각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윤풍(尹風)을 비켜 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4일 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정치 철학을 제시하고 청년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지만 이는 보수야권후보가 내미는 카드로 너무 원론적”이라며 “최 후보 캠프는 최 후보의 ‘바른모습 강조’ 외에 마땅한 흥행전략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조금씩 물이 새듯이 빠져나가는 지지율을 틀어막고 반전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윤 후보가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여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지율은 크게 변동이 없다. 오히려 야권 제1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최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에 “지지율은 모범생이냐 아니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 “최 후보 캠프의 핵심참모인 김영우 상황실장의 역할이 부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김영우 실장은 최 후보 행보와 관련된 일체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다소 구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 후보의 발언이나 활동이 2030 MZ세대 공략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최 후보가 관직에 오래 몸 담은 전형적인 관료이고 김 실장도 정치활동이 다소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두 인물이 MZ세대와의 소통이나 취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에 최 후보 캠프 주변에서는 “최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를 부담스러워하고 보수적인 형태의 행보만 답습할 경우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며 “그가 소극적인 행보를 계속해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한다면 경선에서 일곱난쟁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는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성인남녀 1013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32.3%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5.4%포인트(p) 지지율이 반등한 수치다. 반면 최 전 원장은 지지율이 5.8%로 전주보다 2.3%p 뒷걸음질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핵심 기반인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 후보에 대거 쏠려 당 내 1위를 달리던 최 후보 캠프에 찬물을 끼얹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은 전주대비 10.9%p 반등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층 지지율은 11.7%p, 부산·울산·경남(PK)는 14.1%p 뛰었다.

윤 후보 지지율 상승이 대세를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다른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질주가 돋보인다. 

세계일보 미래한국연구소가 PNR리서치와 지난달 31일 실시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차기후보 적합도에서 35.3%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반면 최 후보는 6.9% 지지율로 4위를 차지했다. 

PNR리서치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6명이 응답해 최종 응답률은 3.2%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보수진영이 '친윤계'와 '친최계' 중심으로 양대 세력 구도가 형성돼 있다면 상황은 양측의 본격적인 ‘세력대결’이 될 수 있다. 이런 판세가 그려져야 최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승리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친윤계’ 형성은 점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최 후보 측이 여러 의원들과 소통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은 의원들이 판세를 관망하는 쪽인 것 같다. 특정 후보지지에 대해 소극적이란 의미다. 윤 후보가 입당했고 이제 당내 1위 후보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원들은 아무래도 지지율 1위 후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