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제4세대 실손 보험이 출시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시안=조현선 기자]지난달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 이후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대부분이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데다, 4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앞두고 3세대 상품으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위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의 신규 실손보험 판매량은 5만210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3.2% 줄어든 규모다. 다른 생명손해보험사도 전년 동기 대비 실손보험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4세대 실손보험의 판매량이 저조한 것은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 ·할증되는 상품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기준 전국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국민의 약 75%에 해당한다. 

통상 보험상품, 제도 변경을 앞두고 기존 상품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7~8월은 소비자들의 휴가철과 겹치는 등  시기적 문제도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특약 보장 대상으로 분리,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해 쓴 만큼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최대 4배 오르고, 병원 이용이 적으면 보험료 할인을 받는 식이다. 이같은 특성 탓에 소비자들이 기존 실손 상품보다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손보험은 지난 2003년 건강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중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하고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 입됐다. 약 세 차례의 개편을 거쳐 올해 7월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이 있다.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실손보험을 가입했는데, 병원에 자주 가서 보험금을 많이 타게 되면 보험 료가 오르는 방식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는 분석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기존 가입자들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4세대 실손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2016년 연속 이후 5년 연속 적자다. 

이에 기존 가입자가 보장종목을 확대하는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별도 심사 없이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환 후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 계약 전환을 철회할 수도 있게 했다. 단, 기존 상품으로 복귀 후 4세대 실손으로 재전환할 경우에는 별도 전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은 미미한 것 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현대·DB·KB·메리 츠 가입자들 중  지난달 1세대 실손보험에 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계약건수는 5678건, 2세대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탄 건수는 4545건, 3세대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 탄 건수는 276건으로 집계됐다.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면 아프고, 병원에 갈 확률이 높아지는데 '자기부담금'이 적은 상품에 남아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단순 상품구조 개편만으로는 실손보험의 적자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달의 실적만을 두고 4세대 실손보험의 흥망을 성급하게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들 중 보험 컨설팅 과정에서 기존  실손보험의 금액대가 부담스러운 경우 4세대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출시 직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입 추이를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 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