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시안= 남정완 기자]2021 국정감사에서 해운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농해수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행위(담합)에 대한 규제를 해수부가 맡고 공정위를 배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5일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운사 담합에 대한 공정위 제재 방침과 해운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해운산업 죽이기냐 해운담합 봐주기냐 등 안팎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해운법은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지나친 제제는 해운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해운사들의 운임담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담합은 기본적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어서 제제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정확한 과징금 액수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징금 액수는 전원회의에서 해운사들이 담합을 통해 얻은 이익이 얼마인지, 과징금을 낼 수 있는 여력과 관련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HMM 등 국내 해운사 12곳과 해외 해운사 11곳 등 총 23곳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3년부터 2018까지 16년 동안 한국과 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한 데 대해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포함됐다. 과징금은 최대 8000억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난달 29일 농해수위 소위원회는 ‘해운 공동행위 허용’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운임담합을 포함한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해수부가 갖고, 공정 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소급 적용 조항이 포함돼 공정위가 조사 중인 이번 해운사 담합 사건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볼 여지가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뉴시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어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 행위에 대한 소관을 해수부로 명확하게 하는 조치”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담합)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운 담합 봐주기 논란에 대해 선을 긋고 국내 해운사의 경쟁력 제고라는 차원에서 해운법 개정안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정위와 해수부의 팽팽한 견해차는 경제계 안팎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운협회·해운항만단체 등은 막대한 과징금으로 인한 해운업계의 타격을 우려하며, 지난 2017년 한진해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운법 개정안 통과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공회의소 역시 공동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물류대란과 운임상승 등의 대외 환경을 고려할 때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174개 수출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해운법 개정안 관련 수출입 중소기업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5.1%가 개정안 반대 의견을 냈다. 개정안 통과 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당 공동행위로 인한 운임 상승(46.0%)’을 꼽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사의 일방적 행위로 인한 중·소 화주의 불이익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운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따른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는 같지만, 운임담합과 같은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시각차는 쉽사리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운법 개정안이 특정 산업만의 특수성을 들어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 갈 경우 경쟁법 질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그동안 암묵적으로 허용돼 온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관계 부처와 산업 현장 간 실질적인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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