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아파트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꺽일 것인가. 부동산은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퇴임 반년을 앞두고도 40%대의 고공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 건이자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승패를 가늠할 최대 포인트이기도 하다.

최근의 부동산 거래 급감이 그간의 급등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인지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 재임중 부동산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한국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크게 오른 적은 없었다.

정확히 30년전인 1991년 일본의 부동산은 거품 붕괴를 맛봤다. 1980년대 후반 자고나면 오르고, 대도시는 물론 지방까지 겁없이 오르던 부동산값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우리는 일본을 따라 갈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경로의 길을 갈 것인가. 한일 부동산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보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1) ‘부(富)동산’인가, ‘부(負)동산’인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럼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을 정리하면 대략 이 세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가지중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알 수 있는게 첫번째인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정도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사실 누구도 콕 찍어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신앙처럼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 부동산 불패신화이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서울 강남은 더욱 그렇다. 물론 과거 몇차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하락이라는 표현은 적절치않다. 2, 3년 떨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시 올랐다. 부동산 급등은 수요, 공급측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돈푼깨나 있는 부자들, 당첨되면 연락주세요’라는 명함을 건네며 수수료를 챙기는 떳따방, 부동산 분양으로 재미를 보는 건설사, 사실상 고리대금업이나 다름없는 가계대출로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손도 안 대고 코푸는 은행, 그리고 개발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등 공범은 많다. 여기에 저금리로 시중에돈이 넘쳐나고, 지금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심리까지 겹쳤다.

무엇보다 정부 탓이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반대결과만 낳았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안정돼 있을 때 경제활성화를 앞세워 부동산을 부양하면서 부동산 값을 부채질했다.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만 입맛을 다질 뿐이다. 집값이 폭등하면 정부는 다시 갖은 규제를 도입해 집값을 떨어뜨리려 애를 쓴다. 하지만 몇 년 잠잠하던 집값은 다시 오른다. 장기 그래프를 보면 지속적인 우상향이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를 슬프게 한 이슈 1위는 부동산 가격 상승, 부의 양극화 심화였음에 틀림없다. 아마 여론조사를 해보면 보통 사람들이 가장 이루고싶은 소망 1위는 내집마련일 것이다. 취직이나 이직을 제친다. 이는 2022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에게 ‘영끌’은 보통명사이다. 참으로‘웃픈’얘기지만 현실이다.

그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를까. 자산 증식의 답은 부동산뿐이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이 말은 신앙처럼 떠받들어질 것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일찌감치 증여 등을 통해 강남권 아파트에 입성해 자산가가 된 반면, 사정이 어려운 이들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무리해서라도 저지르지 않으면 막차를 놓칠 것이라는 불안감. 평생을 주거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공포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런 신앙이 반드시 맞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값은 오를 수도 있지만 내릴 수도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때 철옹성 같던 강남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0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펜더믹상황만 해도 그렇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도 약세장이 예상됐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책으로 보유세 등이 늘면서 세금이나 대출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가 쏟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 팬더믹 초기 언론 보도에서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5억원씩 급락한 곳도 등장했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는 곧 사라졌다.

경기부양을 앞세운 저금리와 헬리콥터식 돈풀기로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되레 역효과를 내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이상현상에 휩싸였다.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아파트들은 씨가 말랐다. 이른바 ‘줍줍 아파트’ 의 경쟁률은 수백대 1을 넘었다. 기억에도 새롭지만 서울 성수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당첨만 되면 1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볼수있다는 소식에 3채 추가분양에 26만5000명이 몰렸다.

따지고보면 부동산 심리는 얼어붙어있어도 집값은 늘 견조했다.

3년전 수치지만 예를 들어보자. 2018년말 수도권과 지방, 주택과 토지 구분할 것 없이 부동산 심리는 최저였다. 국토연구원의 2018년1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 심리지수는 90.7로 이 조사를 시작한 2011년 7월이후 최저치였다. 조사는 전국 중개업소 2240곳, 일반인 6400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수치가 0~95면 하강국면, 95~114이면 보합, 115~200이면 상승 국면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부동산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보고있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해동안 서울의 주택매매가는 2017년에 비해 6.22%(한국감정원 자료) 올랐다. 2008년 9.56% 오른 이후 10년만의 최고치다. 집값을 밀어올린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8.03%로 2006년의 23.46%이후 12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2020~21년 내내 우리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값이 풍선처럼 옮겨다니며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과거 전통적인 개발호재나 학군 수요가 있는 곳 뿐 아니라 신규 아파트, 구축 가릴 것 없이 올랐다. A를 누르면 B가 오르고, B를 누리면 C가 올랐다. 한마디로 전국이 불장이었다.

11월 현재 이런 부동산 심리는 많이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변곡점이 왔다고 말한다. 다만 대다수 국민은 반신반의한다. 어떻게될까.

거품붕괴직전 일본의 아파트값은 지하철역에서 멀든 가깝든, 평수가 넓든 좁든 무조건 올랐다. 구입자들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산가지가 절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서울 역시 그동안은 무조건 사두는 게 정답처럼 보였다. 이같은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장담하기 어렵다.

주택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역세권, 학세권, 강이나 바다 조망권 등 전통적인 선별기준은 물론 숲세권, 인구추이, 지자체장의 능력, 정부 정책, 국제 경제상황 등 수많은 변수가 상존한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부동산을 ‘부(富)동산’으로만 봐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두기만 하면 오르는 시대는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일본의 사례를 들 필요는 없다.

거품은 ‘붕괴될 것인가’가 아니라 반드시 ‘붕괴된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뿐이다.

일본은 이미 부동산을 플러스자산이 되는 '부(富)동산' 만이 아닌 마이너스 자산이 되는 ‘부(負)동산’으로 여기는 심리가 곳곳에 깔려있다. 이제야 말로 눈을 부릅떠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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