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루블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루블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나해 기자]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외환보유고에 대한 접근 자체가 막히면서 국채 상환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달러화 국채 이자 1억1700만 달러(한화 약 1457억 원)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서방 국가의 강도 높은 금융제재에 자금줄이 묶여 있어 디폴트 선언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미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러시아가 조만간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가 상환해야 할 달러화 표시 국채 금액은 이달에만 총 7억3135만 달러(한화 약 9089억 원)이다.  이중 16일에는 1억1719만 달러를, 21일에는 6563만 달러, 28일에는 1억 200만 달러, 31일에는 4억 4653만 달러를 각각 상환해야 한다.

특히 지난달 28일 하루만에 루블화의 가치가 30% 이상 급락하는 등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로 루블화의 가치는 70% 넘게 폭락했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우호국가들에게 채무를 루블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 을 제정해 사실상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 금융시장은 루블화의 상환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30일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이튿날인 4월15일까지 상환하지 못한다면 최종 디폴트 처리될 예정이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단계인 ‘정크(투자부적격)’ 단계로 강등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로 지급한다면 약 15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돈을 빌려 준 이탈리아(253억 달러), 프랑스(252억 달러) 등의 서방 국가들도 자금 회수가 당분간 불가능해져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원금 및 이자 지불 능력은 충분하지만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고의적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의 현재 외환 보유량으로도 구제 자금 조달 없이 장기간 버틸 수 있고,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 것도 쉽지않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견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국채이자 만기일이 16일이지만 30일의 유예기간이 있는 데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전세계 금융기관들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져 비중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서도 "FOMC 관전 포인트는 인플레이션 파이팅 의지에 있다"면서 "이달 초 130달러대에 도달한 국제유가(WTI)가 고점대비 25% 이상 급락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급등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방향에 따라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폭등세가 재차 출현할 소지는 있다"면서도 "러시아 역시 경제제재의 충격을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 악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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