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용채 편집인]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면서 1999년 기준금리 도입이후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4월과 5월 각각 0.25%씩 올린데 이은 3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 또한 처음있는 일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뒤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다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고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서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덧붙였다. 올해 남은 세차례의 금통위에서 최소 두차례 이상은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이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동시에 물가와 경기를 다 잡을 수 있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서 신뢰감을 안겨준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의 전제는 한국 경제의 체력이 금리인상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실제 그는 물가 정점에 대해 "3분기말이나 4분기 정도 정점을 보이고 그 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110, 120달러로 올랐으나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며 유가가 최근 다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며 "유가 선물 가격은 연말 정도면 90달러, 내년에는 80달러 중반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올해 성장률이 2% 중반정도, 내년에는 2%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2% 밑으로 크게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그의 얘기대로 진행되느냐의 여부이다. 당연히 불안감은 존재한다. 당장 경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이 총재 스스로 "유가, 가스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출 등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있다. 사실 (정점이) 언제가 될지 예측할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저희가 유가만 보는데, 천연가스 가격은 더 올랐고 식료품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정점 이후에도 물가가 급격히 낮아지기보다는 완만하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환율상승 및 자본유출압력 증대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우리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얘기이다.

 국내의 경우 아직 생산, 소비, 투자 등 수치상으로 불안조짐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장 개인의 경우 가계 부실이 현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77%가 변동금리이다. 이는 대출자들이 금리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주어졌던 대출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조치가 9월말 종료되면 채무상환 부담이 일시에 늘면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 역시 이자부담이 크게 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 특히 빚으로 연명해온 기업이나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들은 벼랑끝에 서야한다. 전경련이 최근 외감기업 1만782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1% 상승하면 한계기업은 5.4%포인트 늘어난다. 자칫 줄도산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자산시장의 큰 축인 부동산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침체가 길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개인의 삶이 팍팍해지면 소비가 줄고, 이는 기업활동 위축 나아가 경제전체의 활력저하로 이어진다. 30년전 일본의 거품붕괴가 단기간에 금리를 대폭 올린데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가 현재 어느 위치에 서 있는 지를 명확히 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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