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뉴시안=홍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임을 결정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금리인상 정책과 관련해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관성 있는 통화정책을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의에 “총재 연임 여부와 연관 지어 예상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대체적으로 매파적(금리인상 성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이른 시일 안에 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이 이 총리에게 물은 질의는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NH투자증권 구혜영 연구원은 이 총재의 연임 결정이 내려진 뒤 “한국은행은 이 총재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며 “시장은 이 총재에 대해 매파적 인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이번 인선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여전히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및 국내 경기 여건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도 “국내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매파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장 약세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단기 금리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은 총재의 연임은 1978년 이후 처음인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2분기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현대차투자증권 김지만 책임연구원은 “등장부터 매파였던 이 총재가 연임을 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악재라는 해석이 있다”면서도, “임기 초반에는 줄곧 금리인상을 시사했었지만 임기 중 금리인하 5번, 금리인상 1번의 결정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총재 성향을 매파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지, 정부의 입장을 잘 반영하는 통화정책을 구사해 왔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이번 연임 결정으로 인해 차기 총재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혔고 시장참가자는 좀 더 펀더멘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이 총재는 대체적으로 매파라는 시각이 우세하나, 어느 정도 종합적인 원칙 속에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이 총재는 김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은 우리나라 경제전망의 경로 변화를 다시 짚어보고 이달 열리는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등을 고려하면서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21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금리는 연 1.50~1.75%로 올라가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보다 상단이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경제전망 이후 전망경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국내외 여건 변화가 적지 않다"며 "미 연준의 3월 FOMC도 곧 개최되는데 그 결과에서 파악할 수 있는 연준의 정책방향과 예상되는 영향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경기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 경제가 직면한 주요 과제 5가지와 대응방안'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으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게 긴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인 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통상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국과의 교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출 다변화와 비가격경쟁력 확보 등으로 급변하는 교역여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점도 강조했다. 

이밖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발굴 육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생산성 향상,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 대응 등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들 산업의 부침에 따라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대부분 생산성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기업구조조정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달까지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던 이 총재는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임 결정을 통보하면서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4년 더 한국은행을 이끌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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