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은 단기간에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업종으로 성장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양 기자] 네이버쇼핑 등의 포털사이트가 유통업계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유통업계의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소규모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을 막을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활발히 논의 중인 방안은 ‘판매수수료율 공개’다. 납품업체가 포털사이트에 판매중개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를 공개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2월2일 포털사이트·오픈마켓의 거래분야 실태에 대한 조사권을 공정위에 부여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해 포털사이트·오픈마켓 업체들은 수수료 공개라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납품업체가 홍보를 위해 지출하는 광고비는 수수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각 온라인 쇼핑 업종별 비즈니스 모델에 차이가 있으며, 자발적·선택적 비용을 판매수수료에 포함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광고비 또한 실질 수수료로 인정해야 법 개정의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현행법은 포털쇼핑·오픈마켓 규제 못 해… 판매자 아닌 ‘중개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을 제정하고, 제30조 ‘서면실태조사’에 근거해 대형유통업자의 판매수수료를 공개해왔다. 여기서 대규모유통업자란 상품을 다수의 사업자에게 납품받아 판매하는 자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 과장은 지난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투명한 유통체계 확립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토론회'를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소 납품업체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대규모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실태에 대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특히 납품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판매수수료는 그 수준이나 결정 방식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돼 공유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은 처음에는 백화점과 TV홈쇼핑에 국한했으나 점차 확대됐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11월 월 7조원을 넘어섰고 전체 소매 판매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7%를 차지한다. 이에 부응해 2017년 개정 때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롯데닷컴, 위메프, 티몬 등 온라인몰까지 조사 대상을 넓혔다.  

2018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자료=통계청)
2018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통계청)

그렇지만 여전히 포털사이트·오픈마켓은 통신판매를 중개 역할을 할 뿐 직접 판매자는 아니라는 이유로 여전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자의 지위를 갖는 대규모유통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관계의 본질을 고려할 때 유통업태의 차이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분석실장은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산업의 구조가 기업형 유통으로 변화함에 따라 대규모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됐다”면서 “대규모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서 만들어진 비대칭적 관계에서 소규모 납품업체는 거래상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해 공정한 거래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판매수수료 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공표는 포털사이트·오픈마켓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갈수록 모호해지는 온라인몰 경계… 형평성 논란 심화

온라인 쇼핑의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포털사이트·오픈마켓만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은 업종 경계를 허물며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은 지난해 초, 티몬은 지난해 9월 오픈마켓으로 전환했으며,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오픈마켓 방식의 ‘셀러마켓’ 카테고리를 도입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였던 11번가와 G마켓은 MD가 제품을 선정해 할인가격에 판매하는 ‘쇼킹딜’, ‘슈퍼딜’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는 업종 구분을 떠나서 상품의 가격이나 배송서비스의 편리함에 따라 선택한다는 것이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는 종합몰 및 소셜커머스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오픈마켓 및 포털사이트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수요의 측면에서 대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서로 대체관계에 있어 하나의 관련 시장에 포섭될 수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대해 과연 서로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숙경 실장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위해 가격비교를 검색하면, 종합몰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이 함께 제시되며 소비자는 그 가운데 최적의 업체를 선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업체만 판매수수료 등을 공개하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며 유통업체 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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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쇼핑 캡처 화면.

◇ 포털쇼핑 “광고비 수수료 아니다” vs. 납품업체 “광고비 선택 아닌 필수”

포털사이트 쇼핑 중 매출액 1위인 네이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실질 수수료에 광고비에 포함되는 것에는 반대했다.

공기중 네이버 사업정책담당 부사장은 “실질 수수료의 정의를 명확히 하려면 각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컨대 유통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비용은 실질 수수료에 포함돼야 하지만, 판매자 일부만 자발적으로 선택해 쓰는 비용까지 넣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광고비를 수수료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면서 “소수의 판매자만 활용하는 비용을 수수료에 포함하면 다수의 판매자의 수수료 비용이 과도하게 산출돼 수수료율을 왜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광고비를 실질 수수료에 포함하지 않으면 법 개정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김숙경 실장은 “판매자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하려면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 대부분이 매출의 3%가량을 광고비(부가서비스 포함)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쇼핑의 경우 입점비, 클릭당 과금수수료(CPC), 부가 광고비 중에서 판매 업체들이 쇼핑몰 상단 노출을 위해 지불하는 광고비만 최소 연간 2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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