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일반적인 할인과는 달리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사진=픽사베이)
할인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일반적인 할인의 개념과 달리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사진=픽사베이)

[뉴시안=송범선 기자] 할인(Discount)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뜻이다. 같은 물건을 제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10년 넘게 할인되고 있는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일반적인 할인과 달리 부정적으로 쓰인다. 이는 한국 증시의 과도한 할인이 투자자들의 수익창출에 방해요소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남북경협 수혜가 많이 기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감소하고 있지만 증시는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실적이나 자산가치를 지닌 선진국 기업들의 주가 평균에 비해 낮게 (discount) 형성되어 있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평가하는 지표로, 외국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는데에는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 PER)이 활용된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PER이 18~20정도를 나타내는 반면, 국내 PER은 10~12정도의 저평가를 기록 중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국가 보전의 안전성으로 고평가 돼 있는 반면 전쟁의 위기에 시달려온 한국은 남북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감에 항상 저평가 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은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지만, 비 선진국들은 크게 움직인다는 특징이 증시 디스카운트로 반영된다"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공통된 사안"이라 밝혔다.

이는 국가가 경제 위기나 전쟁 등으로 부도에 처할 경우, 해당 국가의 기업 주식들은 종이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 대치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요인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내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크게 오르지 못한채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오히려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는 원화 강세를 일으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양면성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 측면에서 원화강세는 수출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순환출자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소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순환출자구조는 감소세를 보인다. 이점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긍정적이다. (그래픽=뉴시스)
순환출자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소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순환출자구조는 감소세를 보인다. 이점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긍정적이다. (그래픽=뉴시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정학적 리스크때문만은 아님을 알수 있다.

어떠한 요인들이 더 있는 것일까?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 회계의 불투명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구조의 경우 다른 나라 대비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잦은 파업이 주식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의 파업 등으로 인한 현대차, 기아차의 저평가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 대기업들이 고수하던 순환출자 고리 경영과 가족 중심적 경영권 승계 방식과 기업 내 경영권 다툼, 편법적인 상속 등이 해당 주식이 상승하는데에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 높은 외국인투자자 비율로 인한 큰 변동성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만큼 해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낮은 배당성향이 주식가격에 반영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는 견해가 있다. 

주식을 보유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기 마련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낮은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5년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16.75%로 영국(63.36%), 미국(35.87%) 등 선진국뿐 아니라 대만(47.69%), 태국(46.05%), 인도네시아(37.42%), 일본(27.96%)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같은 남북경협 기대감에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증시 상승 전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개성공단 재가동과 같은 남북경협 기대감에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증시 상승 전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남북 긴장감 완화는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나

아직 증시상승에 기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남북경협은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 및 평화통일 가능성은 이머징 대비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해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한반도 긴장 완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3분의 1 정도 해소된다면 코스피는 12%, 즉 4월 평균인 2455p 대비 295포인트 상승 가능성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남북경협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남북·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의 긍정적 영향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국가와 국내 기업의 대외신인도 향상을 통해 자본조달비용이 줄고, 둘째 금융·외환시장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최근 남북간 화해무드를 반영, 안정세를 이어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에는 종가기준 45.7bp로 전일대비 1.9bp 급락했다.

이는 지난 3월 16일(45.195bp)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8~9월 대북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를 때 70bp대를 상회했던 데 비하면 30bp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CDS 프리미엄의 하락은 국가 신용도 개선을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외국인의 한국물에 대한 투자 여력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일조한다. 향후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면 이같은 채권시장 호조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꼽은 두 번째 긍정적 영향은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유출 압력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은 완전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으로 방향판 역할을 할 것"이라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6월에 있을 북미정상회담과 이후 남북경협 수혜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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