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대형 성장주 중에 유일하게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기울어지는 FANG 속에서 애플이 살아남았다.

애플은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사상 첫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29조원)를 달성했다. 이에 최근 F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성장 기술 기업들의 부진 속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최근 SNS의 여러 논란으로 페이스북, 트위터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다른 기술 업체들에 대한 평가도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실적과 사업 영역에서 다른 대형 기술업체에 비해 차별성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주력 사업이 아이폰 등 하드웨어 판매라는 점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인 'FANG(애플을 제외한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다르다. 4개 기업의 주가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많이 반영돼 있지만 이미 애플은 제품 판매로 실적을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4개 기업과 비교해 애플의 주가는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워렌 버핏이 애플에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은 '애플'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고 지난해 2월 밝혔다. (사진=뉴시스)

애플에 투자한 워렌버핏, '성공적'

워렌 버핏은 저평가 가치주만을 매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에 스티브 잡스가 살아서 활동하던 전성기에는 애플에 투자하지 않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애플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스티브 잡스의 전성기 때는 애플이 과도하게 높은 평가를 받다가, 그의 사후에는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놓여져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기업의 가치 대비 주가의 저렴한 구간에서 워렌 버핏은 애플에 투자를 하게 됐다.

워렌 버핏의 판단은 옳았다. 애플은 잡스의 죽음 후에도 승승장구해서 사상 최대 시총인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1129조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향후 매출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만약 애플의 수입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처럼 관대하게 다뤄진다면 애플의 가치는 1조 달러보다 2조 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애플보다 더 우세하다는 평가도 나와

하지만 최근까지 1조 달러 클럽 가입을 놓고 다퉜던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과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스티브 잡스의 사후에 혁신이라는 면에서 애플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반면, 애플은 스티브 잡스 이후 혁신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며, 경영을 꾸려나가고 있다. 

혁신이 당장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혁신은 제프 베조스라는 경영자 개인에게도 적용되어, 그를 전세계 1위의 부자로 만들어줬다.

마이클 볼 웨더스톤 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는 "모든 사람이 두 대의 아이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면 애플은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성숙해 있어 애플의 향후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맷 록리지 웨스트우드 매니지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마존은 현재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영역에서 모두 1위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이 애플보다 더 기대된다."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스티브 잡스의 사후에 혁신이라는 면에서 애플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애플, 미국 전체 경제 규모의 5% 이상 되나

애플의 지난해 순이익은 560억 달러(약 63조원)로 나스닥 기업 중 1위다. 2위와의 차이도 배 이상 난다.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7배로 나스닥100 기업들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FANG에 비해 실적 대비 주가가 오히려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2분기 115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애플은 이날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시가총액이 8000억달러 대인 구글(8544억 달러)과 아마존(8848억 달러)의 2분기 순이익은 각각 32억 달러와 25억 달러 수준이다.

한편 애플이 이날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 규모의 5%를 넘어서는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애플의 시총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9%에 이른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애플보다 높았던 회사는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6% 이상)와 2000년 제너럴일렉트릭(5% 이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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