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이번 수주에서 보잉사를 선택했다. (사진=미국 공군 사이트 캡쳐)

[뉴시안 맛있는 주식=송범선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보잉사에 밀려 미국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입찰에 실패함에 따라 28일 한국항공우주 주가도 급락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하한가(-29.8%)로 마감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봄에 따라 미국 공군의 팔이 안으로 굽었다는 성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27일(현지시간) 오후 5시 미국 공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고등훈련기 입찰에 미국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92억 달러(약 10조2000억원)다.

미 공군은 노후 훈련기 T-38C를 대체할 351대의 훈련기와 46대의 시뮬레이터를 구입하기 위해 이번 입찰을 벌였다. 입찰에는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 보잉-사브 컨소시엄,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가 참가했다. 미 공군은 당초 훈련기 교체 비용으로 197억 달러(약 21조9100억원)를 예상했지만 경쟁 입찰을 통해 비용을 크게 낮췄다.

이번 미국 공군 수주를 공략했던 한국항공우주에서 개발한 T-50전투기.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

보잉-사브 컨소시엄은 BTX-1을 내세웠고 KAI는 파트너사인 록히드마틴과 함께 토종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T-50A'모델을 앞세워 지난달 15일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APT 수주전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가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보잉이 파격적 저가 입찰을 통해 수주 전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실제로 성능 면에서는 T-50A가 우세하다는 평가였지만 보잉의 BTX-1은 3D프린팅 시스템 등을 통해 제작비용이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 T-X 공개 기념식에 전시된 한국항공우주의 T50 전투기. (사진=뉴시스)

한국항공우주 측은 이번 수주 실패에 대해, 보잉의 '저가입찰' 전략에 밀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항공우주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자 선정방식에 따라 보잉이 선정됐다"며 "록히드 마틴사는 KAI와 협력해 전략적인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보잉사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차이로 탈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 공군이 먼저 보잉을 내정해두고 발표를 나중에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실 이게 8월에 결론이 났어야 하는데 미 공군이 일정을 연기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이미 완성된 T-50으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보잉은 개발 중인 훈련기로 사업에 입찰했다. 이미 미 공군이 일정을 연기했을 때부터 보잉의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미국 입장에서 보잉을 선택한 것이 팔이 안으로 굽은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수주가 성공하게 되면 아메리카 프리미엄을 통해 전 세계 훈련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날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항공우주 네이버 주식 종목 게시판. 현 정권을 비판하는 게시글의 공감 수가 많다. (사진=네이버 주식 게시판 캡쳐)

이번 미 공군 입찰 실패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의 주가가 급락하자, 성난 투자자는 난데없이 대통령 탓을 하기도 한다.

네이버 한국항공우주 주식 종목 토론실에 “문재인 반미정책의 결과 하한가”라는 제목의 글에는 공감수가 16개나 달렸다. 문재인 정부의 반미정책이 미국의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다. 

이 한국항공우주 게시판의 다른 게시글과 비교해봤을 때, 현 정부를 공격하는 글의 공감수는 많은 편이다. 이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정부 탓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한국항공우주가 지난해 방산비리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른 뒤 부임한 김조원 사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항공 관련한 전문적 지식이 없다"며 "수주를 위해 치열하게 가격을 깎고 노력하기보다 적폐청산 등에 더 중점을 둔 게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닌가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같은 의견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비판과 함께, 무조건적인 정부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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