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뉴시안=김성수 편집 자문위원/시사문화평론가] JTBC의 새 금토드라마 <SKY캐슬>이 3,40대 학부모들의 심장을 강타했다. 

지난 달 23일의 첫 방송은 시청률 1.72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미미했는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화제가 되더니, 지난 1일 방송한 4회에 이르러서는 7.496%이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역대 JTBC 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품위 있는 그녀>가 11회에 가서야 7%를 넘어선 사실과 비교해도 놀라운 성적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화제성 순위이다.

지난 11월 26일에 화제성 분석 회사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SKY캐슬>은 방송 첫 주 만에 전체 드라마 화제성 순위 4위에 안착했고, 금토드라마 부문만 놓고 보면 무려 7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3, 4회가 방송된 11월 5주 차(11월 26일~12월 2일)에선 전체 드라마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해 tvN의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더불어 3강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남자친구>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티켓 파워가 높은 출연자의 화제성을 기반으로 해서 형성한 2,30대 중심의 초반기세가 완만히 꺾여가는 추세인데 반해, <SKY캐슬>은 첫 주보다 화제성이 무려 71.5%가 상승하면서 주 시청층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인 2049 타깃 시청률도 이를 말해준다. 50대 이하 시청자들의 시청률을 보여주는 타깃 시청률은 4회에 이르러 4.0%를 달성했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수도권 기준 전체 가구 시청률(8.1%)의 절반을 장악했다는 수치다.

주인공들과 연령대가 비슷한 40대 반응이 가장 뜨거운데, 남녀 모두 40대(남성 4.9%, 여성 9.7%)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40대 여성만 보면 아예 그 시간대 거의 대다수가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인데, 사춘기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 시청자들은 압도적으로 이 드라마에 채널을 맞췄다는 방증이다. 20대 여성(2.4%)과 30대 여성(3.5%)의 반응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시청층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SKY캐슬>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SKY캐슬>은 제목에 이미 중심 갈등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탁월한 ‘작명술’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장소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중심 갈등이 계층갈등과 세대갈등임을 제목만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sky는 우선 ‘하늘’이란 뜻의 영단어다. 땅과 구분되는 공간을 가리킨다. 그 뒤에 중세시대의 봉건 영주들이 사는 ‘성’을 뜻하는 ‘castle’을 붙였으니, 이 공간은 선택받은 자들이 속하는 공간인 것이고, 당연히 이 공간을 욕망하는 선택받지 못한 계층과의  ‘갈등’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sky를 굳이 영문 대문자만으로, ‘SKY'라고 표기한 이유는 뭘까? 역시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 특별한 표기가 사실은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최상위 3개 대학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 대학들을 영어로 표기할 때 사용하는 알파벳 첫 글자들을 나란히 붙이면 바로 'SKY'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제목은 명문 상위 3개 대학 출신 엘리트들이 사는 중세시대 ‘성’과 같이 구별된 곳을 의미한다.

사실 평범한 서민들과 구별되는 존재들의 삶을 묘사하는 드라마는 너무나 많다.

재벌들의 비현실적인 일상이 드라마에서만큼은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특별한 존재들의 삶을 욕망하는 평범한 시청자들이 소비자인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확실히 다르다. 재벌들 대신 의사나 검사, 교수 등 흔히 엘리트라고 불리는 집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벌들처럼 넘사벽의 부와 권력이 없고, 지금의 성취도 대개 그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획득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이전까지의 드라마들에서는 계층 상승을 위해 엘리트가 되는 과정을 영웅의 통과 의례처럼 다뤘고, 그래서 입지전의 성공담을 가진 캐릭터들은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SKY캐슬>은 이 공식을 깨뜨린다.

<SKY캐슬>에서 그려지는 엘리트들은 스스로를 떠받치고 있는 사다리가 너무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기득권을 더욱 확장하고 강화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이 재벌들보다 더 극단적으로 욕망덩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자식들의 성공임을 잘 알기에, 자식에게 올인 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학벌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맹신하기에 자식들의 사교육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다.

이런 욕망은 필히 무분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식들을 비롯한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욕구를 알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게 되고, 갈등이 강렬해질 수밖에 없고 관계는 필연적으로 뒤틀리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강력한 갈등을 <SKY캐슬>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와 결합해낸다.

사춘기 자녀를 둔 30, 40대 학부모들의 심장을 공격하는 소재를 선택해서, 미스터리 스릴러로 더욱 숨 막히게 몰아가고 있으니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작가는 흔히 ‘돼지엄마’라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 언저리의 학부모들을 오랜 시간동안  꼼꼼하게 취재해서 소문으로만 알려진 극단적 사교육계의 천태만상을 생생하게 얹어 놓는다. 그 비극적 절실함은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명품 미드 <위기의 주부들>처럼 풍자 스릴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JTBC드라마 SKY캐슬 포스터 (사진=JTBC)
JTBC드라마 SKY캐슬 포스터 (사진=JTBC)

문제는 드라마 속의 세상이 더 강화될 것이란 믿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약속했다.

국민들은 그 원칙이 입시 정책과 사교육에 대한 대응에서도 관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정부의 첫 입시 정책은 수능 위주의 사교육 진흥책이란 혹평을 받았고, 그나마 지역에서는 공교육의 든든한 보루가 되고 있던 ‘학생종합부 전형’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덕분에 불공정한 입시를 상징하는 정책으로 전락했다.

단 한 번의 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된 학부모와 자녀들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함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작 수능시험 문제는 논쟁을 유발하고 있으니, 4,50대 학부모들의 절망감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더구나 이미 부조리해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사립학교의 행태보다 더 무법천지였던 사립유치원들의 부조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유치원 3법이 좌절되는 과정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2,30대 학부모들은, <SKY캐슬>이 그려내는 욕망들이 조만간 자신의 문제로 다가올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전염되는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이 드라마의 시청율 지형이 말해주는 상황은 이 공포감 그 자체이다.  

이 기획이 더욱 탁월한 점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들을 40대 중견 여배우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20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젠 자기 연기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배역들이 쉽게 제공되지 않았던, 하지만 연기력과 내공은 절정에 올라있는 40대 여자 배우들에게 이 드라마는 구원과도 같은 작품이다.

흔히 ‘돼지 엄마’라고 폄하되는 캐릭터들인데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최고의 여배우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내니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그들 역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희생양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절실한 연기는 다른 측면에서는 이 사회의 부조리를 더욱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거울이고 면역주사다. 더 끔직한 몰입이 있어 그만큼 더 절실하게 각성할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학부모들이 가슴에 품게 될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만 이 끔직한 지옥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 드라마가 원했던 것은 결국 그것 아닌가?
끔직한 현실을 고스란히 미러링해서 우리들의 치부를 보게 하는 것.

깨달음과 변화는 결국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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