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라인 이미지 (사진=네이버 라인)
인터넷 메신저 라인 이미지 (사진=네이버 라인)
실시간 비디오 감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둘러싼 '인터넷 망 사용료' 논란이 뜨겁다.
뉴시안은 무임승차라며 적정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찬성' 측과 망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반대' 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김성수 시사문화 평론가의 '통신사의 갑질'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뉴시안=김성수 시사문화 평론가] 교통체증으로 답답한 시간을 보내본 운전자라면, 누구든지 전용차로를 이용해서 시원스럽게 달리는 버스들을 부러워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과감히 전용차로에 진입해서 속도를 내보지만 벌칙금으로 마감한 경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돈을 많이 낸 운전자만을 위한 전용차로는 반대할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라면 모든 국민들이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도 마찬가지다.

데이터가 오고가는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라면 이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인터넷사업자들에게 어떤 차별도 하지 말아야 한다.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 혹은 콘텐츠는 주체(개인이든 기업이든)에 따라서 차별해서도 안 되고 양(소량의 데이터든 다량의 데이터든)에 따라서 차별해서도 안된다.

망, 네트워크는 도로나 철도처럼 중립적인 플랫폼, 즉 공공재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통신망 사업자들은 이 원칙을 반대하거나 완화해 주길 원한다.

자신들의 돈으로 망을 건설하고 유지하고 있는데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 망을 공짜로 사용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무임승차’와 같다고 주장한다. 덕택에 대한민국의 콘텐츠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막대한 이용료를 납부하면서 통신사들을 살찌우고 있는 형편이다.

언뜻 봐서는 합리적이라고도 느껴지는 이 주장 덕에 인터넷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격론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엉터리다.

첫째, 인터넷 망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공재인 국토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땅을 파고 선을 매설함으로 이득을 취하는 사업 승인을 공동체가 허락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망은 공공재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안정적으로 망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망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즉 공공재를 운용하면서 국가가 주도해서 사업을 하고, 그 댓가로 특정 목적의 세금을 받는 형태를 취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가 망 사업을 주도하면서 통신료를 받아서 수익까지도 남길 수 있도록 일종의 특혜를 허락했다는 말이다.

이 통신료는 기업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허락했으며 심지어 지금은 과다한 통신료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격렬할 만큼 충분한 이윤을 얻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사업자는 망 유지와 기술적 개선에 투자를 안 하고 위험을 외주화 해서 이들의 연봉만 과다하게 올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콘텐츠 업체들로부터 또 사용료를 뜯어내는 것은, 그래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다시 이용자로부터 그 요금을 또 뜯어내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이용자들을 간접적으로 착취하는 갑질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행사(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행사(사진=넷플릭스)

셋째, 통신망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더 빠르게 더 많은 데이터가 전송될 수 있도록 해도 매력적인 콘텐츠들이 없다면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료는 늘지 않을 것이다.

즉 콘텐츠 사업자들은 더 많은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하게 도와주는 ‘동업자’ 관계이다. 지난 13일 한국을 방문해서 망 중립성 원칙 관련 세미나에 참가한 세계적 권위자 프로드 소렌슨은  이용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혁신적인 개발이 촉진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아지면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늘어난다. 그러면 망 사업자는 더 많이 판매하게 된다.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망 사업자는 망 구축에 기여를 하고, 콘텐츠 제공자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서로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망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망 건설비용을 떠넘기는 일은 마치 곰에게 재주를 넘게 하고 사료비까지 내라고 하는 꼴이다. 게다가 자회사에게는 데이터 과금 없이 접속할 수 있게 허락하는 불공정 경쟁까지도 등장하는 꼴이니 생태계의 붕괴가 촉발될 가능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끝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데 애국심을 끌어들이고 국내 콘텐츠 업체의 역차별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저열한 국뽕이다.

우리 콘텐츠 회사들이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됨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료를 납부한 것은 거대 공룡 통신사들의 갑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불공정한 협상에서 만들어진 결과만을 놓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으니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뜯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와 망 중립성을 더욱 훼손한다면, 인터넷 생태계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br>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넷플릭스 무임승차론은 콘텐츠가 더욱 큰 힘으로 주도해 나가는 미래 인터넷 산업생태계에서 망 사용료에 발목 잡힌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쇠퇴는 구글과 유투브에게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해 발생한게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에 투자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일 뿐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SNS 라인(line)의 서버가 한국에 있다 가정하자. 동남아시아에서 라인이 활발하게 사용되는데, 그 나라들의 망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달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 콘텐츠 업체들이 망 중립성이 훼손된 외국 망사업자들로부터 사용료 차별에 시달린다면, 선례들을 남긴 우리는 어떤 논리로 그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요구할 것인가!

통신사업자들은 생태계 순환의 원칙을 규제라고 헐뜯으면서, 노력하지 않고 이윤만을 독점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 당장 더 배를 채우기 위해서 봄에 심을 씨앗까지 까먹어 버린다면 또 한 차례의 겨울이 왔을 때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망 사업자는 생태계를 지키면서 콘텐츠 업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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