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30일 농심 본사에서 진행됐다. (사진=농심)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30일 농심 본사에서 진행됐다. (사진=농심)

[뉴시안= 박은정 기자]"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인 농심 철학을 이어가겠습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30일 오전 7시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열린 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부회장은 "농심의 철학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믿음이 바탕이며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지 않는 것"이라며 "아버님이 가지셨던 철학을 늘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심은 농부의 마음이며 흙의 마음"이라며 "아버님이 살아오시는 동안 가슴속 깊이 품었던 마음을 고스란히 받들어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인은 오전 5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불교식으로 20분 가량 치러졌으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발인 이후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 행렬은 고인의 서울 용산구 자택을 들른 뒤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유족과 농심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쌍둥이 첫째 아들 신동원 부회장과 둘째 아들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을 비롯해 세째 아들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막내 사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부인인 신윤경(차녀) 씨, 고인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K라면' 신화 일군 '라면왕'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롯데가(家) 6남 4녀 중 다섯째다. 그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1958년 부산 동아대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신격호 회장을 도와 제과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1963년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주목해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며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추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브랜드 철학은 뚜렷했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점과 제품의 이름은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명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적인 맛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자신을 '라면쟁이', '스낵쟁이'라 부르며 직원들에게도 장인 정신을 주문했다. 

그는 회사 설립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별도로 구성해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당시 라면산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기술을 도입하면 제품 개발이 수월할 수 있지만, 농심만의 특징을 담아내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신 회장은 한국적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자 국물에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다. 선진 설비지만 서양인에게 적합하도록 제조설비를 개발해, 농심이 축적해 온 노하우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이끌어낸 것이다. 

신 회장은 브랜드 전문가로도 능력이 뛰어나다.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한 안성탕면,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한 '짜파게티',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은 '새우깡' 등 농심의 역대 히트작에는 신 회장의 천재성이 반영돼 있다.

신 회장의 대표작은 '신(辛)라면'이다. 지금은 익숙한 라면 이름이지만 출시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당시 상품명에는 회사명이 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는 임원들에게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설득하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신라면은 1991년부터 국내시장을 석권하며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신라면은 현재 월마트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은 물론 주요 정부 시설에 라면최초로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농심 유족 대표 신동원 부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 유족 대표 신동원 부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농심)

◆신동원 부회장 이끌 '辛 농심'은 어떤 모습?

신 회장이 별세하면서 농심의 경영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농심은 20년 전부터 후계 구도를 준비해온 터라, 큰 잡음은 없이 승계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농심홀딩스가 신 부회장을 빠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심의 지분은 농심홀딩스가 32.72%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42.92%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신 율촌화학 부회장(13.18%)과 비교해도 신 부회장의 지분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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