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내놓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뉴시스)
디즈니가 내놓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글로벌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월트디즈니사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올 9월께 국내 시장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넷플릭스를 이을 외산 공룡의 상륙 소식에 국내 미디어 업계가 분주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9월 중 KT, LG유플러스의 IPTV에 탑재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디즈니는 국내 OTT 서비스 및 IPTV, 케이블TV에서 4월부로 자사 콘텐츠(마블·스타워즈·픽사)를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넷플릭스에 VOD 공급을 중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KT, LG유플러스의 IPTV에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넷플릭스와의 제휴 계약을 떠올리며 또 다른 콘텐츠 공룡, 디즈니플러스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양사는 이미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큰 성과를 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11월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1년간 제휴 독점 계약을 따내면서 U+tv 고객들은 유일하게 IPTV를 통해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는 494만4000여명으로 제휴 전(401만9000여명) 대비 20%가량 확대됐다. 

KT는 지난해 8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체결했다. 유료방송 사업자 1위로서 고객들에게 콘텐츠 제공의 폭을 넓혀 가입자 이탈을 막고, 결합 상품 등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는 외산 공룡의 국내 상륙에 맞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15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4%, 295% 늘어났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을 위해 5억 달러(약 554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버는 돈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셈이다. 

이에 맞서 콘텐츠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플랫폼 사는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먼저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앨리스', 'SF8', '좀비탐정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 왔다.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진행하고, 올해도 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최근 웨이브에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 상반기 내 오리지널 콘텐츠 및 개발을 맡는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SK텔레콤의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초 설립한 자회사 미디어에스㈜를 통해 버라이어티 전문 채널 '채널 S'를 론칭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콘텐츠 플랫폼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애플tv와의 협업설도 제기됐지만 논의 중인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자회사인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최소 4000억원을 투입해 드라마 100편을 확보한다. 기존 고객들의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콘텐츠가 흥행할지를 사전에 분석해 정밀한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CJ ENM은 오는 3년간 4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올해부터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달아 선보인다. 지난 1월 공개된 '여고 추리반'에 이어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가 최근 방송을 시작했다. 공유·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을 개봉과 함께 티빙에 동시 공개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왓챠는 콘텐츠 확보 및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위해 투자 유치를 위해 나섰다. 최근에는 올 시즌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선언한 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의 다큐멘터리를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택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원에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에 따라 7801억원으로 급증했다. OTT 전체 이용률도 2017년 36.1%, 2018년 42.7%, 2019년 52%, 2020년 66%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OTT 시장의 절반 이상은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지엑이웍스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 수는(MAU)는 1001만3283명으로, 지난해 1월(470만4524명)보다 113% 증가했다.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를 모두 합친 수준이다. 

디즈니가 가진 힘이 넷플릭스보다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케터는 미국 시장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시청자는 2024년 1억2000만명으로 넷플릭스(1억8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는 국내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을 포함해 스타워즈, 픽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격차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화나 방송 콘텐츠와 달리 OTT 오리지널은 같은 콘텐츠라고 해도 관련 법이 없어 세제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문체부가 OTT 특화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은 15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디즈니플러스는 로컬 콘텐츠 확보를 위해 국내 미디어 회사 NEW와 손잡았다.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주연의 드라마 '무빙'과 강다니엘이 출연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을 제작해 국내 서비스 론칭 시점에 맞춰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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