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의 GDP 대비 부채 비율, 공공부문 부채, 일반정부 부채. (그래프=김나해 기자)
2011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의 GDP 대비 부채 비율, 공공부문 부채, 일반정부 부채. (그래프=김나해 기자)

[뉴시안= 김나해 기자]지난해 공공부문 부채가 처음으로 1200조원을 돌파하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정부는 체계적 부채 관리로 증가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제9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가 1280조원으로 전년 대비 147조4000억원(13.0%)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면서 "적극적이고 신속한 재정운용으로 빠른 경기회복을 견인해 ‘확장정책→경제회복→세수증대→재정수지 개선’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으며 우리나라 국가부채 규모가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인식에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을 필두로 한 전·현직 공기업CEO들까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폭탄을 차기 정부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기재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각종 세금 인상 및 규제 강화로 인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국세수입은 3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조7000억원이나 더 걷혔음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기업 부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495조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525조원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배 가량 높은 구매 단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 이후에는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역대급 물가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재부는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유가를 반영해 내년 초 도시가스 요금을 10%안팎 인상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기재부의 입장이 관철될 경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적자규모는 더욱 커질 게 뻔하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이후 적자가 늘면서 2년 5개월만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렇게 발행한 회사채만 4년간 10조 넘게 늘어 5년 내 갚을 돈이 21조에 달하는 상황이다.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은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계획에 “지금 요금을 통제하면 나중에 차입 이자까지 포함해 국민들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文)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 복지 확대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할 경우 공공부문의 빚은 더 늘게된다. 정부가 올해 9월 발표한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자산 2조원이 넘는 39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18년 479조원에서 2023년 586조3,0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39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는 적립금마저 완전 소진되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연금 전문가는 “2055년 고갈된다는 추계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악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파국이 예상보다 빨리 닥칠 수 있다”며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6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안이 없다”고 말하며 현 정부가 연금 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크다. 20년도 한 해에만  Δ1차 11.7조 원 Δ2차 7.6조 원 Δ3차 35.3조 원 Δ4차 7.8조 원 총 4번의 추경을 했고, 21년에도 Δ1차 15조원 Δ2차 33조원 2차례의 추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명확한 회수 방안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6차 재난지원금을 고려하고 있다. 방역이 실패한 지금 얼마나 더 지원금을 쏟아 부어야할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지난 3일 국회에서는 607조7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두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해 이를 처리했다.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사상 처음 국가 채무 ‘1000조원대’에 진입해 1인당 국가채무가 2060만원을 넘길 것으로 계산됐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2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이 5년만에 404조 2000억원 늘어났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나랏빚 증가폭이 180조 8000억원, 박근혜 정부 170조 4000억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빠른 증가세다.

설상가상 저출산·고령화로 세입 여건은 점점 더 악화될 예정이라 하루 빨리 공공 부문 재정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공공책임성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효율성 역시 국가의 중요한 평가 지표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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