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자동차는 2021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GM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사진=AP/뉴시스)

[뉴시안= 남정완 기자]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90년 만에 미 안방에서 GM을 꺾고 토요타가 판매 1위 왕좌에 올랐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도요타는 어떻게 승자가 됐을까?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233만2000대를 판매해 GM(221만8000대)을 11만4000대 차이로 앞질러 1위가 됐다. 도요타는 전년 대비 판매가 10.4% 상승했고, GM은 12.9% 하락했다.

토요타와 GM의 운명을 가른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사태였다. 토요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익성과 경영 효율을 이유로 그동안 적기생산 방식을 고집해왔다.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JIT)’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평소 부품 재고를 미리 쌓아두지 않고 생산에 필요한 물량만큼만 그때그때 부품사로부터 받는 방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 회사 최초로 ‘JIT’를 도입한 도요타가 가장 먼저 이 방식을 버리고 4개월가량의 차량용 부품·반도체를 쌓아두는 전략을 취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러한 토요타의 행보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등 커다란 재난을 겪은 후 긴급 상황을 대비해 평상시 부품 재고 비축 등을 위한 창고 증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지난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 가동에 애로를 겪은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 (사진=토요타 자동차)

덕분에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토요타는 코롤라와 캠리 등 승용차 판매가 늘었다. 토요타 실적을 견인한 차종인 코롤라의 판매량은 5%, 캠리는 6.5% 증가했다. 토요타 캠리는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형 세단으로 20년 넘게 미국 세단 판매량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성이 무너지며 체면을 구긴 GM은 주력 차종인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의 판매가 전년보다 10.8% 급감하는 등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GM은 최근 5~6년 새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철수 등을 단행하며 생산량을 감축해왔다. 지난 2015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오펠·복수홀 브랜드를 매각했다. 이듬해는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반도체 공급난으로 GMC 시에라 픽업트럭과 쉐보레 실버라도 등을 생산하는 멕시코와 미국 공장 등 5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GM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북미 지역에서 총 32만5000대의 차량 생산을 줄였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은 수요 예측 실패와 궤도를 같이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2020년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 제조들은 판매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낮춰 잡고 부품 발주량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작용하며 지난해 보복 소비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며 예측이 빗나갔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차량용 반도체 구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량용 반도체로 골머리를 앓아온 GM·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아예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GM은 지난해 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차량용 반도체 칩을 공동 개발·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신차 생산 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기술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토요타 외에도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73만808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기아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70만1416대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 연간 판매량 70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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