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시안= 남정완 기자]‘IPO 최대어’‘청약 광풍’의 수식어를 만들어 내며 역대급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27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인 LG화학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LG엔솔을 공모가격 30만원 기준으로 한 기업 가치는 70조원대다. 만약 주가가 30% 이상 오르면, SK하이닉스를 앞질러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시가총액 2위가 된다. 하지만 LG화학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물적 분할 후 상장 여파에 지난해 90만~100만원을 등락하던 LG화학의 주가는 21일 7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작년말에는 61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에너지솔루션 상장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30~40% 빠진 셈이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LG화학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갈무리)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LG화학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갈무리)

LG화학의 주가 하락은 2차전지 수혜주가 LG화학이 아닌 LG엔솔로 교체되면서 투자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적 분할 후 상장하면 결국 모회사 개미 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물적 분할 후 상장을 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일정 부분 지분을 부여하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통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주식 시장에 함께 상장하면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일명 ‘지주사 할인(디스카운트)’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LG화학 주가가 저평가됐을 뿐 다시 안정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손실을 본 LG화학 소액 주주로서는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또 다른 논란은 대주주의 이익 가로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 분할 전 모회사인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이었다. 지주사인 LG는 LG화학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IPO로 확보하는 외부 투자금 12조원에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지배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 셈이다.

이런 행태는 LG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재벌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CJ ENM은 콘텐츠 제작사업을 따로 떼어 내기로 했다. 먹튀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도 뱅크, 페이, 모빌리티 같은 유망한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 내 상장하고 있다. 포스코, 세아베스틸 등 철강기업들도 최근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스코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스코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최근 포스코·세아베스틸 등 철강기업들은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내걸었다. 그렇다고 주가가 오르지는 않았다. 되레 주가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일 물적분할을 공시한 세아베스틸은 당일 하루에만 주식이 13%나 빠졌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외면하는 기업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물적 분할이니 지주사 전환이니 하는 말만 나와도 소액 주주들은 머리를 내젓는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여야 대선후보들도 기업 분할을 제한하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보상해주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해외 사례의 경우를 살펴보면 구글은 구글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 ‘알파벳’ 주식만 살 수 있도록 했다. 투자금이 필요하면 알파벳 주식을 추가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구글이 이런 방식을 택한 까닭은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경우 집단소송을 하게 되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알짜 사업 부문을 따로 떼낸 다음 상장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손쉽게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 소액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의 투명화와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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