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규열 기자]AI 확산이 단순한 기술 혁신의 수준을 넘어, 기업의 경영구조와 고용전략 전반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통계가 그 현실을 보여준다.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 21만 개가 줄었고, 같은 기간 50대 고용은 20만 개 늘었다. 자동화의 흐름에 기업들이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시장 생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AI는 청년층이 담당하던 정형화 업무를 가장 먼저 대체한다. 프로그래밍, 시스템 관리, 법률·회계 지원, 정보서비스 등 지식집약 산업에서 대체율이 높았다. 반면 경력자의 판단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영역은 AI가 보조적 수단으로 작동하며, 중장년층인 50대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 기술은 효율을 높였지만, 기업 내 인력구조의 불균형과 세대 단절을 심화시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동화 대응전략’이 아니라 ‘조직 재설계 전략’이다. 기업은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의 도구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인재와 기술의 결합 구조로 재정립해야 한다.
첫째, AI-인력 혼합형 조직 모델로의 전환이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 효율성을 확보하되, 인간의 판단·관계·창의성이 요구되는 부문을 핵심역량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단순 직무 대체가 아니라, 직무 재정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사내 AI 리터러시 전환 교육을 경영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업이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해도 현장 인력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생산성 향상은 제한적이다. 관리직·전문직·기술직 모두에게 맞춤형 교육 과정을 설계해 AI를 ‘업무 파트너’로 활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기술투자와 인적투자를 병행하는 이중전략이 요구된다. 자동화 설비와 코봇(협동로봇)에 대한 투자는 필연적이지만, 동시에 인재 유지 및 직무 재설계 비용을 별도 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AI 투자만 확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기술 적응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이미 AI 전환의 ‘고용 리스크 관리’를 하나의 경쟁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아마존이 자동화 비율 75% 달성을 추진하면서도 내부 인재 재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이유다. 자동화를 통한 효율 향상만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기업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비용 최적화 중심의 자동화가 아니라, 조직 혁신을 동반한 ‘휴먼(AI) 밸런스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장기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산성 향상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기업이 AI를 어떻게 ‘조직화’하느냐가 경쟁력의 본질이다. 이제 경영의 핵심은 기계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가 아니다. 사람과 기술이 함께 협업 할 수 있는 방식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 전규열 경영학 박사/국회입법지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