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구글이 차세대 초거대 AI 모델 ‘제미나이 3(Gemini 3)’를 공개하자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구글이 이번 모델 학습에 자사 개발 AI 칩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를 전면 도입하면서, 그동안 AI 생태계를 사실상 독점해온 엔비디아 GPU 중심 구조에 처음으로 뚜렷한 견제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뉴욕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2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2.69% 급등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기술주 강세를 이끈 알파벳은 6.31% 뛰며 단숨에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되찾았다. 반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존 AI 강자들은 약세 흐름을 보였다.
# TPU 기반 모델 공개에 엔비디아 “우리는 한 세대 앞서 있다” 즉각 반응
구글의 도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단연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공식 채널을 통해 “구글의 성공을 축하하지만, 최고 성능과 호환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여전히 엔비디아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ASIC(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주문형 반도체) 대비 GPU의 범용성과 우수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글 TPU가 엔비디아 GPU 체제를 처음으로 위협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구글은 약 10년 전부터 TPU 개발을 이어왔지만, 이번처럼 글로벌 최고 성능모델이 TPU 기반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적은 없었다. 여기에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지난달 TPU 100만 개 활용 계약을 맺고, 메타 역시 TPU 도입을 검토하는 등 주요 기업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 ‘제미나이 3’ 성능 지표 최고치…월가 자금, 엔비디아→알파벳 이동
제미나이 3는 공개와 동시에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1501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 AI 성능평가에서 최고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 같은 성능 개선에 힘입어 알파벳 주가는 이달에만 13% 이상 급등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9.8% 하락했다.
월가에선 “AI 생태계 최종 승자가 구글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 AI 검색·광고 결합…구글의 본업 강화까지 가시화
구글은 제미나이 3를 발표하자마자 미국 시장에서 곧바로 검색 서비스에 ‘AI 모드’ 탑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검색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직접 요약·분석·생성형 응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구글 내부의 전략 변화로 해석된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구글은 검색 광고 매출을 지키기 위해 AI 도입에 소극적이다” 는 의심이 꾸준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AI를 오히려 검색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삼겠다는 구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 한국 기업 영향: AI 칩 다극화 → HBM 공급사 전략 변화 불가피
AI 칩 시장의 판도가 ‘엔비디아 일극 체제’에서 ‘구글·메타·오픈AI 등 다극 경쟁’으로 바뀌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구글 TPU 생태계 확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이 향후 TPU를 외부 클라우드 업체에도 직접 공급할 경우, AI 칩 생태계가 GPU 중심에서 ASIC·TPU·NPU 등으로 다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AI 패권 3년 만에 재편…“챗GPT 아성 흔들리는 첫 순간”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3년간 이어졌던 AI 생태계의 중심축이 지금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삼성·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도 ▷ AI 칩 공급처 다변화 대비, ▷ TPU·ASIC 기반 AI 기업과 협력 확대 검토, ▷ GPU만 전제로 한 클러스터 투자 구조 점검 필요, ▷ 데이터센터 투자 구조 변화 가능성 등 시사점이 제기된다.
AI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AI’에서 ‘플랫폼·칩·OS 다각화’로 이동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