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뉴시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영국의 솔즈베리 한 쇼핑몰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 전 이중첩자와 그의 딸에 대한 독성의 미확인물질을 통한 암살 시도는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영국 총리가 공식 발표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날 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부조사관의 결과를 인용,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33) 부녀에 대한 신경작용제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4일 오후 4시 영국 솔즈베리에 있는 한 쇼핑몰 벤치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와 그의 딸에 대한 암살 시도는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이 사용된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영국령 내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BBC등 복수의 외신은 이번 독살테러 배후에 배신자를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선언한 푸틴이 있다면서, 영국의 국외첩보부 ‘MI6’에 포섭돼 이중스파이로 활약했던 세르게이와 그에 딸에게 모르핀 효과 200배에 육박하는 마약류 ‘펜타닐(fentanyl)’이 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결과 펜타닐이 아닌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테러무기였음이 공식 확인됐다.

이들은 노비촉 공격 받은 후 벤치에 의식불명 상태로 걸터앉아 있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곧바로 병원으로 인계했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이 사건이 터지자 지난 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솔즈베리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은 러시아 정부의 범죄일 수 있다”면서 “스크리팔 사태에 러시아 배후가 확인되면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잉글랜드 대표팀이 출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메이 총리는 러시아 정부가 이를(노비촉)을 사용하도록 직접 지시했거나, 아니면 이 신경작용제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하는 등 관리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테레사 메이 총리와 존슨 외무장관 등 영국 정부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러시아산 추정 신경작용제가 발견된 것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으며, 신뢰할만한 답변을 얻지 못 할 경우 불법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식 항의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영국 정부를 대표해 러시아 정부에 13일까지 상응하는 답변을 내놓으라고 최후통첩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측의 공식 대응을 살핀 뒤 보복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과거에 러시아 경제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이끌어왔으며 이제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메이 총리의 (러시아 개입)발언에 대해 “도발적인 정치 캠페인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영국이 올여름 러시아에서 개최될 월드컵을 깎아내리기 위해 ‘서커스 쇼’를 벌이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1995년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유럽에서 활동하다 MI6에 포섭돼 이중첩자로 활용했으며, MI6와 접선할 때 루이 뷔통 가방을 들고 나가 ‘루이 뷔통 스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2006년 MI6에 러시아 정부기관 신상정보를 넘겼다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건너왔다.

한편 영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06년 발생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과 비슷하다고 러시아 배후를 지목한 바 있다.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ㆍKGB 후신) 소속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1998년 FSB 근무 시절 반정부 성향의 기업인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거부하고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징역 1년형을 살았다.

이후 영국으로 망명한 후 반러시아 언론인으로 생활하다가 러시아 요원이 녹차에 넣은 독성물질 폴로늄(polonium)을 마시고 중독돼 사망했다. 폴로늄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2억5000만배에 달한다. 리트비넨코는 사망 직전 눈썹과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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