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1년, 김상조 표 재벌개혁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재벌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공정위가 주도해야 할 대기업의 기업 지배구조 재편ㆍ재벌개혁 등은 여전히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1년 전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곧바로 대기업 구조개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장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등을 역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임명했다.

진보성향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ㆍ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ㆍ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 '참여연대' 사단이 구축되면서 재벌개혁을 위한 '삼각편대'가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낙마하면서 정부의 재벌개혁 칼날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재벌개혁 전도사로 평가받던 김상조 위원장도 삼성 등 대기업 구조개혁 추진과 관련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등 지난 1년간 기대했던 성과보다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긍정론도 있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 순환출자 고리가 85%정도 해소되는 등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대기업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가 282개에서 41개로 급감해 대기업 순환출자 고리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 9만 7658개에 이르렀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 20일 기준 41개로 5년 만에 99.9% 급감했다. 지난 24일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가장 극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면서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롯데 내 68개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 해소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형성되거나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904만주(4.7%)를 매각하기도 했다.

정부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추진은 2013년 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고리는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비판도 많다. 삼성 등 재벌의 금산분리가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 그러니까 보험계열사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금산분리 문제가 삼성그룹의 가장 중요한 문제고 어려운 해결 과제"라면서 "삼성 스스로 합리적인 방향을 시장에 제시해야하며 정부도 그를 유도하는 법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간 재계는 지배구조와 거래관행 개선 사례를 발표하고 또 추진해왔다"면서 "이러한 노력은 정부정책에도 부합하지만 무엇보다 시장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몇몇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기업들로 확산하는 모습 역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개선 사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선제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재계에 주문하기도 했다.

한 시장전문가는 "산술적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의미를 두기 보다는 그간의 순환고리 해소가 실제적으로 오너가의 대기업집단에 대한 불법적 지배체제 강화를 약화시켰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대기업의 순환고리 출자는 부실사업에 대한 책임회피, 알짜사업에 대한 지배체제 강화가 외려 진행된 사례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삼성의 경우,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에 대한 삼성물산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오너가는 천문학적인 불법적 수익을 거뒀고, 이 자금으로 삼성물산 내 바이오사업에 출자하는 등 기업승계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기업 집단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면죄부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KDI의 한 연구원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보다는 '금산분리'가 더 큰 난제"라고 봤다. 개혁 대상에게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기보다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해야한다고 이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불법적 독과점 체제는 미국의 대공황시절보다 어둡다"고 평가하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것인지, 아니면 기득권에 편승하는 기존 공정위 관료들의 행태를 답습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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