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유럽출장ㆍ인턴직원의 특혜승진ㆍ셀프후원ㆍ피감기관 스폰서 의혹에 휩싸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야권의 맹공세에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당 및 청와대 수뇌부도 6.13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여론이 악화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할 수장이 취임 초기부터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수술할 동력을 잃지 않을까 금감원 고위층도 난감한 상황이다.
12일 야권은 김 원장과 청와대를 향해 사퇴하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후원금 및 정치자금 사용처 의혹 등을 추가 정황으로 제시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주고받는 것조차 위법으로 만든 김영란법의 주도자가 정작 '슈퍼갑질'을 한 데 대한 민심의 분노가 그치지를 않는다"면서 "인턴 여비서를 대동한 개인 관광이 공적업무라는 것인가. 이명박ㆍ박근혜 적폐정권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기식 원장이 의원시절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것도 문제가 됐다.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의원들의 분노가 분출했다. 야권은 김 원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이날(김 원장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현재 평소처럼 정상업무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럽출장 논란에 대해 "(김 원장이) 정무의 의원시절 제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의정활동을 최선을 다하는 차원이었다. 주요 정책적 관심과제였던 우리나라 통합 정책금융기관 및 사회적합의 모델 구축방안에 관한 유럽 주요국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출장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통합 정책금융기관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은 독일 KFW 관련인사와의 면담만을 주선하였고, 출장과 관련된 제반 비용일체는 본인이 부담했다"고도 밝혔다. "해외 출장 이전 선관위에 문의해 정치자금을 사용하여 출장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떠났던 출장"이었다는 것이다. "출장 결과는 19대 국회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통해 신고했다"고도 밝혔다.
금감원은(여비서 동반 논란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듯이 해당 비서는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비서로서 본 건 출장과제를 기획ㆍ준비하였기 때문에 동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원장의 해외 출장은 관례에 따른 것"이라면서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아닌 만큼 표면적으로 사퇴에 이를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여당의 집중포화는 9일 이후 연일 지속되고 있고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하기도 했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초ㆍ재선 의원모임을 후원한 것에 대해 "더좋은미래에 셀프후원한 것"이라 평가 절하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 열흘 정도 앞뒀던 지난 2016년 5월19일 남은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더좋은미래에 연구기금 명목으로 이체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20일에는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모두 2200만원을 송금했으며, 민주당 동료 의원 16명에게 100만원에서 200만원씩 후원금을 이체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종료를 앞두고 후원금 3억 7000만원을 모두 써서 잔액이 없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2016년 1월 1일부터 5개월 동안 남은 후원금을 모두 사용한 것을 두고 '땡처리'라는 비아냥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분명히 형사책임을 져야 할 김 원장의 비리를 묵과하면서 내 편이고 내 코드라는 이유로 유임시키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를 재현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같은 날 "시민단체 출신인 김 원장의 불법행위는 가히 '적폐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원장 임명을 그동안 찬성해왔던 정의당은 서면 브리핑에서 "인사의 원칙이 '적법'이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벗어났다는 공개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대로 논란이 지속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여당은 김 원장 지키기를 고수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의원회의에서 "김 원장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점입가경"이라면서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야비하기까지 한 과도한 비난과 의혹 제기는 인격살인"이라고 반박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야당의 의혹에 대해 "일부 야당과 언론이 연일 금감원장의 해외출장에 관해 침소봉대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특히 금감원장의 과거 의원 당시 해외출장에 동행한 직원의 성별(여)과 진급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전혀 본질과 무관한 것으로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김 원장 측을 감쌌다.
김기식 원장이 소속됐던 더좋은미래도 "금융기관 개혁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정부의 향후 계획을 좌초 시키려는 세력의 모략"이라고 방어에 나섰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의 의원시절 외유성 해외출장이 사법처리 대상이라면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같은 날 보수성향 시민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서울남부지검에 김 원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ㆍ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으로부터 스폰서 외유를 다녀 온 의혹과 함께 인턴비서 동반, 해당 여성 인턴직원의 동반 외유 후 고속승진 의혹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19대 임기를 3일 남겨놓고 공무상 출장을 갈 일이 없고,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이 남는 경우 전액을 국고로 반납조치 해야 하는데도 이를 반납하지 않았다"면서 "그야말로 정치자금을 '삥땅'치는 '땡처리 외유'"라고 질타했다.
지난 2014년~2015년 사이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2016년 5월20일~27일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와 스웨덴으로 외유를 다녀 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번 일정에도 또다시 여비서 김 모씨가 동행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모씨는 2012년 6~8월, 2015년 1월~6월 당시 김기식 의원실 인턴을 했고, 2015년 6월 김 원장과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의원실 9급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이후 2016년 2월 7급으로 고속 승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원장과 비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텔비 25만9000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51만원 등을 결제하고, 차량 렌트비로 109만원 등을 지출했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일정은 20일 독일의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독일정책금융기관 해직 임원을 면담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모씨와 관련해 "석사출신 전문가이고, 연구기관을 담당하는 정책비서라고 김 원장이 밝혔지만, 2012년 6월 인턴 직원으로 들어올 때는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실이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피감기관과 협회담당자 등을 상대로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출장 목적이 의정활동과 관련이 있는지, 고액강연이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8년 미국으로 연수를 간 비용의 출처, 2015년 조현문 효성그룹 부사장 아내로부터 50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받은 배경 등도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금감원 내부개혁을 위한 경영혁신 테스크포스(TF) 가동을 지시하는 등 사퇴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내부개혁을 본격적으로 나설뿐만 아니라 향후 제 2금융권까지 채용비리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 회계관리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한 더좋은미래 후원금 지원과 관련, 선관위가 후원금에 대해 당시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자진사퇴에 대해 그럴 뜻이 없음을 복수의 국내 언론들에 직접 밝혔고, 조현문 전 부사장 아내와는 대학 선후배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원장 직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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