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지난 6개월간의 성과와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지난 6개월간의 성과와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 정책으로 위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가 완화된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즉,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앞으로 산업이 잠식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감당해서라도 제도가 변경되려 한다.

명분은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확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 KT와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은 은산분리라는 족쇄 때문에 자본확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이 낳은 자식임에도 뒤에서 후원해주지 못하는 법안을 바꾸는 것이다. 이에 KT는 앞으로 케이뱅크에 더 개입할 것이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경영에 크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제도가 완화되어 산업 분야에서의 지원이 있다면, IT 뱅크로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은산분리는 과거에 재벌의 손아귀로부터 금융의 공공성과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보루였다. 현재 이와 반대로 산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은산분리가 현재 금융혁신의 장애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은산분리가 절대적인 해법인가

케이뱅크는 현재 유상증자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다. 그러한 점이 마치 은산분리 완화가 안 돼서 그런 것처럼 여론이 호도된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2일 당초 1500억원으로 결의했던 유상증자에 일부 주주들이 불참해 300억만 우선 납입됐다.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3대주주만 참여한 것이다. 케이뱅크의 주주 상황은 우리은행(13.2%) KT(10%) NH투자증권(10.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등이다.

케이뱅크 측은 주요 주주사들과 함께 후속증자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KT와 같이 케이뱅크 운영에 뜻이 있는 기업이 설립기업인 KT가 나서면 자금조달에 쉬워 보이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케이뱅크가 이같은 상황에 놓인 것이 꼭 은산분리 제도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가 설립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58% 지분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소유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에도 설립자인 KT에게만 지댈 것이 아니라, 다른 은행·금융권에 기댈 수 있다.

내실이 탄탄하다면, 시중 은행들이 서로 케이뱅크에 투자하려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내적 가치의 악화로 투자받지 못한 점을 은산분리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화살을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KT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까

또 케이뱅크의 KT는 대주주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난 2016년 3월, KT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법률상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의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업체는 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 초과 보유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은산분리가 완화돼도 케이뱅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벌금형이 경미한 상황일 경우에는 10% 이상 보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률에 적혀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벌금형을 받은 경우에도 경미한 상황인 경우 10% 이상 보유한 사례가 있어 케이뱅크와 KT의 경우도 아직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제도, 기존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초창기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했던 것은 기존 은행이 외면했던 중금리(중신용자) 대출 확대였다. 그러나 이같은 대출부분에 대해 기대했던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중신용(4~6등급) 차주 비중은 3.8%로 국내은행(11.9%)에 비해 훨씬 낮았다. 금리도 최근 들어 조금씩 올리면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이에 은산분리라는 규제완화의 특혜를 받을 만한 자격이 되는지 인터넷전문은행이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당초 설립 취지였던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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