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을 사용한 컴퓨터 패키지 모습 (사진=AP/뉴시스)
인텔 칩을 사용한 컴퓨터 패키지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인텔이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본격 추진한다. 미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 인텔의 귀환을 예고했다.

23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취임 이후 열린 첫 공식 석상에서 애리조나주 오코틸로에 200억달러(약 22조원)을 투자해 2개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 건설될 공장이 파운드리 전용이 될 것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애리조나 공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공급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1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당 투자 배경을 밝혔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인텔이 실제로 '진짜' 파운드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분석이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대기업들이 반도체 제조를 위해 아시아로 향했던 과거와 달리 애리조나와 같이 현지에서도 유사한 성능을 가진 칩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및 국가 안보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인텔은 이같은 발표가 정부로부터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품귀 현상 해결을 위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추가 정부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 업체로서의 인텔의 위치를 줄곧 강조해 왔다. 외신들은 인텔에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으로 꼽힌 IBM은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자국 내 기업 '밀어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점유율은 약 18% 수준으로, 1위인 대만의 TSMC(56%)에 30%포인트 이상 뒤처진 상태다. 

과거 수십 년 동안 'CPU(중앙처리장치) 공룡'으로 불렸던 인텔은 AMD 등 경쟁사의 등장과 애플, MS 등 주요 고객사의 '탈인텔' 선언이 이어지며 과거의 명성을 잃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 10나노미터(㎚) 이하의 미세 공정 도입에 속도가 더딘 것도 시장에서 뒤처지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이날 팻 겔싱어 CEO는 아마존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퀄컴 등으로부터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문의를 받아왔으며, 이들이 인텔의 잠재적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TSMC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다.

인텔은 현재 미국 내에 4개의 공장과 아일랜드·이스라엘 등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애리조나 공장이 양산에 돌입한다면 아시아에 집중돼 있던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랜디어 타쿠르 사장이 직접 이끄는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명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로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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