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사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사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여권이 재보선에서 패배했다. 그냥 패배가 아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두 곳, 광역의원, 기초의원 모두 패배했으니 참패다. 민심이 폭발했다. 서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7.50%를 득표해 39.18%를 득표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8% 이상 격차로 제쳤다. 부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62.67%를 득표해 34.42%를 얻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8% 이상 압도했다.

패배도 패배지만 여권이 뼈아픈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패배의 내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서울의 경우 25개 구 모두에서 패배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초구를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강남은 물론 그동안 민주당 텃밭이라고 불렸던 강북 지역과 관악, 구로, 금천 등에서도 패배했다. 강남과 서초구의 경우 오 후보에 대한 지지가 70%가 넘었다. 그야말로 몰표였다.

둘째, 지난해 총선 때와 비교해 민심 이반이 뚜렷해졌다. 서울, 부산 할 것 없이 차이가 컸다. 지난해 총선 때 서울 지역의 경우 범보수 세력의 득표율은 45.6%였다. 범진보 세력의 득표율은 43.4%였다. 의석수는 민주당이 42석,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7석이었지만 득표율 차이는 2.2%에 불과했다. 이랬던 것이 이번에 18.32%로 벌어졌다. 세 번째는 출구조사 결과로 봤을 때 박 후보는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에서만 앞섰을 뿐 전 세대에서 오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왔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72.5%가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권 입장에서는 20-30대의 이반 현상이 확인된 셈이고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렸던 40대도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넷째,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아름답지 못했다. 즉 후회 없는 싸움을 벌이고 박빙 차이로 패배한 것이 아니다. 이전투구 속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한 선거였다. 박 후보는 선거 초반 21분 도시, 수직 정원 등 나름 정책적인 어젠더를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이후에는 네거티브에 의지했다. 남은 것은 ‘생태탕, 페라가모, 백바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책 선거, 인물 선거를 이끌려는 모습은 실종됐다. 유권자들은 이런 행태에 더욱 매섭게 회초리를 들었다. ‘샤이 진보’ ‘중대 결심’을 운운하는 등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내년 대선 상황은 더욱 불투명성이 커졌다. 일단 여권에 요구되는 것은 대대적인 쇄신이다. 그 핵심은 국정 운영의 방향 전환과 중도 통합적인 인물의 등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권이 그 길을 택할지 아니면 더욱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기존 노선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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