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중구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마침내 대권도전을 공식화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자신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윤석열 대권도전 선언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근들 사이에선 ‘대권도전 선언’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25일 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선언을 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이런 언론보도들은 윤 전 총장을 더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인은 “윤 전 총장은 향후 걸어갈 길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그게 왜 대권도전을 결심했다는 뜻이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사람을 자꾸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 버리면 본질이 흐려지고 엉뚱하게 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있지 않나”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는 29일 윤 전 총장은 대권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게 아니라 정치참여와 향후 구상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계획일 수도 있다”며 “당초 윤 전 총장의 계획은 입당문제가 결정되면 그때 대권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었다. 대권도전부터 밝히고 입당은 그 다음에 고민한다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지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권도전 선언이 아니라 정치참여에 대한 구상을 밝힐 계획인데 마치 대권도전을 선언하는 자리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대권도전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입당문제, 대권도전 여부, 검증문제, 정치참여 방식문제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복잡한 함수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거품으로 사라질 수도 있고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이 말한 정치참여가 대권도전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치참여가 대권도전이라고 해석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 “윤 전 총장의 화법은 지금까지 모호함 그 자체였다”며 “오는 29일에도 대권도전을 공식화하기보다 정치적 철학을 밝히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식의 정치참여 의사만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등 야권 대권구도에 변화가 감지돼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과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홍준표 의원이 복당 직후 윤 전 총장을 계속 저격하는 등 걸림돌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별도의 중간지대를 통해 국민의힘과 손잡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며 자체 조직을 갖추는 작업을 선행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