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부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 (사진=현대차그룹)

[뉴시안= 남정완 기자]현대차 디자인과 성능을 총괄해 온 피터 슈라이어·알트 비어만 사장이 17일 단행된 현대차그룹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물러났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 16년간 자리를 지켜온 슈라이어 사장 퇴진으로 현대차·기아의 디자인을 맡을 사령탑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그룹은 슈라이어 사장의 후임을 별도로 선임하지 않았다. 대신 이상엽 현대 디자인센터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격했다. 이로써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센터장과 더불어 이들의 그룹 내 역할 비중이 커졌다.

피터 슈라이어는 크리스 뱅글·월터 드 실바 등과 유럽의 3대 디자이너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TT, 골프 등 폴크스바겐그룹 자동차를 25년간 디자인했다. 지난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총괄 책임과 2013년 현대차·기아 디자인 총괄 책임을 거쳐 2018년 현대차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을 맡았다. 기아를 상징하는 ‘호랑이 코’ 그릴과 K5·K7·K9 등 K시리즈가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지난 16년간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정체성을 이끌며 현대차·기아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질적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이상엽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을 졸업했다. 1999년도 GM 입사를 시작으로 2010년 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2013년도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벤틀리 외관 디자인 총괄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현대차그룹은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알리기 위해 디자인 부문을 이끌 인재로 당시 이상엽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이전까지 아우디·벤틀리 등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을 맡은 그의 이력이 빛을 발했다. 이후 그는 GV80, GV70 등 제네시스와 현대차 디자인을 총괄해왔다. 특히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5’, ‘팰리세이드’, ‘넥쏘’ 등 주요 자동차의 디자인을 직접 도맡으며 성공적인 출시에 이바지했다.

앞서 현대차그룹 디자인을 총괄한 슈라이어의 눈에 비친 한국 자동차는 한 마디로 ‘평범’ 그 자체였다. 좋은 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눈길을 끌 만한 매력적인 ‘그 무엇’이 없다는 평가였다. 그래서 그는 ‘직선의 단순화’를 콘셉트로 기아차만의 독자 디자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부사장 역시 브랜드를 관통하는 디자인 이미지와 정체성을 핵심으로 꼽는다. 단순히 고성능의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운전자에게 닿는 경험을 중시한다. 그는 ‘역동적 우아함’을 디자인 정체성으로 하는 제네시스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이 부사장은 럭셔리 자동차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틀리 디자인 등 럭셔리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에 머물던 럭셔리 이미지를 대중차에 접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현대차에서 이어가고 있다.

또 이 부사장은 현대차의 디자인 모토를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공통의 연결고리"로 정의했다. 이런 일환으로 현대차 포니를 계승한 메트로 디자인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탄생했다. 그동안 신차 발표회 등 여러 공개 행사에서 언급된 ‘감성 디자인’ ‘휴머니즘’ ‘메트로’ 등과 같은 말에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존에 없던 디자인경영 담당 조직을 신설할만큼 디자인경영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자동차 디자인은 지속적인 과정이 필요한 만큼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그룹 경영과 손발을 맞출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직선의 단순화를 강조한 슈라이어에 이어 역동적 우아함을 강조하는 이상엽 부사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이 어떻게 달라지질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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