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규열 기자]본격적인 요리인 메인디쉬(Main dish)가 가벼운 오프닝 요리인 에피타이저(appetizer)보다 맛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기대가 실망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맛보기인 6.27 대출규제 다음 후속 9.7 공급대책이 발표된 후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의 한강벨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사실상 6.27 대출규제의 심리적 효과는 소멸했다고 봐야 하고 9.7 공급대책은 실력을 보이기도 전에 효과 없음을 알리는 낙인이 찍혔다.
굳이 강남3구와 용산구를 논하지 않더라도 마포, 성동, 강동구 등 신축아파트 거래가 9월부터 활발해지면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9.7 대책 발표 전부터 움직였는데 대책이 전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6.27 대출규제는 즉각적으로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체감을 할 수 있었던 반면 9.7 공급대책은 135만호 착공이라는 너무나 큰 숫자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시장수요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3기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빠른 공급이 어렵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반대로 해석하면 공공택지가 많은 경기도와 인천은 지금도 앞으로도 집값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공공택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은 공급물량을 제대로 채울 수 없다는 시장의 불안에 정부가 제대로 답을 주지 못했다.
사실 공급대책이라는 것이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여서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 어렵다면 차라리 서리풀지구 2만세대 반값 아파트 공급이라는 이벤트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은 것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그리고 대출규제 등 수요억제 정책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도 조만간 서울 마포, 성동, 강동, 동작, 광진 등 한강벨트와 경기도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구(판교, 분당)은 규제지역 지정이 유력하다. 집값이 다시 반등하는데 가만히 있을 정부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당분간 좀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매를 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문제는 매를 맞을 때는 잠시 움츠러들지만 심리효과가 사라지고 내성이 생기면 억제의 효과는 사라진다. 2017년부터 규제지역에 지정되고 2020년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구를 보라. 거래량은 줄어들 수 있어도 계속 신고가이다.
규제를 풀면 급등하고 안 풀어도 오른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한강벨트 지역을 규제하면 몇 달은 상승률 둔화, 거래량 감소의 효과를 보겠지만 몇 달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더 견고한 성이 된다.
대출규제 같은 수요억제만으로 똘똘한 한 채 양극화를 막지 못한다.
공급은 꾸준히 하되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하고 종부세 점진적 인상과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통해 시장에 매물을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부자감세 논란을 극복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기대해 본다.
글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