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규열 기자] '리더의 덕목(지은이 에드거 샤인, 피터 샤인, 옮긴이 노승영. 출판사 푸른숲 / 출판연도 2025)'이 책은 존경받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내용이다.  

나의 미래지도에 있어야 할 사람은 누구이고, 없어야 할 사람은 누구이며, 있으나마나한 사람은 누구일까? 구분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게 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을까 적을까? 구분할 수 있을까? 이기적 사고틀을 벗어나 이타심으로 조직에 기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겸손한 리더십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P.41) 상황적 겸손

겸손과 리더십은 연마된 개념이다. 갈고닦은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여러 面이 있으며 압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마음챙김'은 단지 명상이라는 말이 아니다. 판단을 멈추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상황적 認知, 즉 상황적 겸손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상황적 겸손의 특징은 상황의 모든 요소를 눈여겨보고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이며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어 하되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2) 남들이 알거나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에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며, 3) 무의식적 편견이 지각을 왜곡하고 정서 반응을 촉발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상황적 겸손은 성격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신호를 먼저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여기에서의 겸손'이라 한다. 상황적 겸손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이 현장에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보고하기 힘들어진다. 치열한 토론이든 직언이든 '심리적 안전감'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러한 안전감은 겸손한 질문을 통해 서로 돕는 관계를 만들 때 가능하다.

(P.93) 의료법인과 자동차회사의 협력 모델

퍼시픽노스웨스트에 있는 의료법인 PNHC의 사례를 보자. PNHC의 이사회, CEO, 그 밖의 리더들은 병원 문화 전체를 2단계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심에는 비용 구조, 연구 압박, 안전 요건 등의 난관에 대처할 때 환자를 최우선에 놓는다는 포괄적인 가치가 있었다.

의료진과 행정직의 기본적 문화 가치가 상충하고 조직의 미래를 위한 협약이 공유되지 않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협약을 작성했다. 새 협약은 모든 당사자가 준수해야 했으며, 협약의 주된 결과는 수백 명의 핵심 의사와 행정직이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면 환자의 처우와 건강뿐만 아니라 직원의 헌신과 안녕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더 효과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약은 2단계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유익한 모델을 찾았다. 바로 낭비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는 "토요타 생산 방식"의 '린(Lean)' 방법이었다. 칼 그린이 PNHC CEO로서 처음 시행한 조치는 다수의 핵심 의사 리더, 행정직, 이사들을 2주 동안 일본으로 연수를 보내 린이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관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린은 최상층부에서 사업 지원을 결정하고 지속하도록 이사회에 힘을 쏟았다. 이사들 스스로가 적극적인 관심을 품도록 개인적 학습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들은 연수에 동참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학습하면서 관계를 형성했으며 이를 통해 이사회는 체계의 필수 요소가 됐다

TPS 린 관찰을 통해 도출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PNHC는 새로운 환자 안전 경보 시스템(직원이 제품 결함을 발견하면 조립라인을 멈추는 토요타 생산 방식을 의료에 적용한 것)을 채택 했는데, 이 덕분에 의료진 누구든 문제를 발견하면 치료 절차를 중단하고 즉각 검토를 요청할 수 있었다. 환자 안전 경보가 발령되면 관련된 모든 팀원과 리더가 신속히 한자리에 모여 사안을 평가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했다. 이 방법을 통해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더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개방성과 협력이라는 새 문화는 진단이나 치료에서 실수가 벌어졌을 때에도 요긴했다.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과정이 마련됐기에 책임자 색출이라는 관행으로 퇴행하지 않고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발언하는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PNHC는 실수를 곧잘 유발하는 복잡한 의사소통 절차를 찾아내고 향후 실수가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할 토대를 닦았다.

토요타 생산 방식이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옴을 인식한 진료과가 많아지고 이 덕분에 진료과 간 협력이 증가하자, 고위급 행정직과 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병원 활동 전반에서 새롭고 더 나은 절차를 개발하고 실천 가능한 통일된 방안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은 체계적인 상황적 겸손과 2단계 관계 맺기의 유익에 대한 사연을 일상적으로 공유했으며 이로부터 새로운 2단계 사회•기술문화가 생겨났다. PNHC는 이 활동들이 성공을 거두자 자사의 태도와 방법을 다른 의료법인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P.113) 노사 협력

알파 컴퍼니는 미국 대도시에 전기, 가스, 난방을 공급했다. 1990년대에 석면 유출사고 시 거짓말을 하고 일부 결과를 감춰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법원에서 임명한 감독관이 파견되었다. 지역 사회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지역 자연사박물관장이던 조앤 윌리스가 선임되었다. 윌리스와 CEO는 이사회 소위원회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특별 환경보건안전위원회를 설립하고 그 아래 환경질검토위원회(EQRB) 그룹을 출범시켰다.

무엇보다 필요한 조치는 환경보건안전위원회에 고위급 임원과 노조원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은 현장인력의 대부분을 대변했으며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보건안전 문제를 오랫동안 협상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위계질서를 아울러 환경보건안전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소통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집단이 함께 노력해야 했다. 환경보건안전 프로그램 복원의 핵심은 부서와 위계질서를 아우르는 소통의 개방성과 높은 신뢰였다. 업무적이고 직업적 거리를 두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개방성과 신뢰를 구축하기 힘들 것은 분명했다.

신뢰와 개방성이 커지면서 눈에 띄는 조직변화가 제안되고 논의됐으며 채택됐다. 이를테면 노조 대표가 회의에서 상식선에서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자 고위 경영진은 노조원들을 다른 분야에도 더 깊이 참여시키는 것이 유익함을 깨달았다. 사고가 일어 났을 때 노조원들은 왜 사고가 발생했고 향후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분석하는 데 관여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로서 위원회에 분석과 해결 방안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노조원들이 고위 임원진에게 발표한다는 발상은 새롭고 더 나은 운영 방식으로 채택됐다. 이는 정보를 훨씬 포괄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안전 관련 절차가 개선됐을 뿐 만아니라 위계질서 간에 더 나은 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변화는 징계 절차에 대한 진솔한 대화였다. 전통적으로 징계 절차는 사고와 유출의 책임 소재를 찾는 데 치중했다(비판문화). 하지만 새로운 관점은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사고와 유출의 근본 원인임을 깨달았고 더 창의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위원회 분위기가 새로워지자 상황적 겸손 원칙에 따라 직원이 왜 규칙을 어겼는지 찾아내는 방향으로 징계 절차가 변했다.

일례로 한 직원이 위험한 전기 수리 작업을 하면서 보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는데, 평판 좋고 숙련된 직원이 왜 가장 중요한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는지 시간을 들여 조사했더니 그날 습도가 너무 높아서 마지막 용접 순간 보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만일 보안경을 쓰고 있었다면 직원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이 정보가 밝혀지자 상황적 겸손의 취지에 맞게 직원의 해고가 취소됐고 최근 신설된 태스 크포스에 참여를 요청받았다. 태스크포스는 습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도 김이 덜 서리는 보안경을 공급할 업체를 찾게 되었다. 일반적 관행을 사려 깊게 조사한 결과 새롭고 더 나은 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고위 경영진은 현장 인력에게 귀를 열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위계질서에 기대 처벌하지 않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노조원과 관리자들이 함께 제시하고 결정한 아이디어들은 실행 수 있고 실행해야만 하는 최상의 해결책들이었다.

(P.181) 겸손한 리더가 유념해야 할 과제

겸손한 리더십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적극적 문화 관리다. 이것은 순풍과 역풍을 인식하고, 새롭고 더 나은 것을 하려는 의도를 관습이 방해하는지 간파하고, 사회적 조직이 우리의 변화 노력에 어떻게 일조하거나 역행하는지 아는 것이다.

겸손한 리더가 유념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본다.

1. 내용보다 맥락을 중요시하라. 성공하는 리더는 맥락과 과정을 강조하고 내용과 전문성에 대한 관심을 부쩍 줄여야 한다

AI로 증강된 미래에도 겸손한 리더십 역량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아는(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전보다 가치가 낮아질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 정보 결핍이나 전문성 격차보다 조직에서 작용하는 실현 과정이 더 중요해지면, 전문가로서의 리더는 (정보 우위가 성과 우위로 연결되지 않는) 수확체감의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알거나 알 수 있으면 리더는 더는 유일한 전문가가 아니다. 군중 속의 1인일 뿐이다! '평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겸손한 리더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독점권만 가지고는 지휘통제 위계질서를 유지할 힘을 더는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늦어서 고마워'에서 우리가 인공지능을 실제 'IA', 즉 '똑똑한 도우미'로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다. 자동화가 인간 일자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자리와 어쩌면 더 나은 일자리를 뜻할 뿐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겸손한 리더십은 이 똑똑한 도우미 개념을 토대로 정보가 특정 맥락에 접목되고 복잡한 과업에 활용되는 과정을 처리하는 인간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보를 많이 얻을수록 간극이 깊어져 가진 정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 패턴은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느라 실행을 하지 못하는 '분석 마비'로 이어질 때가 많다. 겸손한 리더십은 집단 의미 찾기 작업을 조율하는 데 일조하고 이를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한 맥락을 조성해 적절한 의사결정 절차를 선택할 수 있다. AI는 알고 있는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데는 매우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겸손한 리더십은 모르고 있는 모르는 것에 대처하는 회복력이 있다.

2. 겸손한 리더는 부족주의(문화 전쟁)에 맞서야 하며 무의식적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명시적 편 가르기와 배제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을지라도 전체의 일부인 팀, 그룹, 부문 사이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적 편견은 여전히 맞서 싸위야 할 문제다. 겸손한 리더십은 이 편견들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신뢰와 개방성을 확립하는 능력이 편견 때문에 방해받으면 참된 2단계 관계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무의식적 편견에 치우쳐 직원, 이사회, 이해 당사자 등을 전인적 존재로 보지 못하면 영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편견을 버리고 무한히 다양한 전인적 존재와 2단계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운 다른 리더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3. 겸손한 리더는 개인적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한다

리더십은 언제나 모종의 권력을 행사해 새롭고 더 나은 것이 생겨나도록 한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게 권력 남용이다. 이 현상은 전통적인 엄격한 위계질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 자리에 오른 겸손한 리더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리더가 잠재적 추종자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1946 스탠퍼드대 교수)가 <파워 Power>에서 언급했듯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곧잘 성공한다.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기브 앤 테이크)에 썼듯이 'Taker'(권력을 남용하는 이기적인 사람)가 단기적으로 성공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사람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을 전제로 삼기 때문이다.

4. 겸손한 리더는 집단이 직원, 이해 당사자, 고객의 요구에 맞춰 더 민첩하고 적응적이며 협력적으로 리더십을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이 주문형으로 생산되어 고객에게 직접 배송되는 비스포크(bespoke) 추세다. 일반적으로 경쟁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요구에 직면한다. 비스포크 산업이 주도하는 미래에는 엄격히 정의된 직무 역할 내에서 질서 유지에 치중하는 리더십보다는 관계 설계에 유능한 리더십이 훨씬 적절하다. 시장이 맞춤형 대응을 요구할 때 리더십 과제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끊임없이 적응하는 관계와 민첩성을 갖춘 유능한 참가자들로 이뤄진 '고성과자 팀'을 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5. 겸손한 리더는 글로벌하고 유동적인 세계에서 관계와 업무 집단을 조직하는 법을 영구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중앙 집중화된 조직과 권위주의적 성격은 모든 것이 분산되도록 뒤틀린 세상에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혁신적 조직을 가장 훌륭히 묘사하는 표현은 '변신하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명령과 비밀이라는 낡은 거래적 교환 행동은 보장받지 못하며 리더십은 유기적으로 발휘된다. 위계질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때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질 수 있으며, 조직의 에너지는 누가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보다 협력적 관계 맺기가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6. 조직이 더 글로벌하게 확산됨에 따라 겸손한 리더십은 물리적임과 동시에 가상에서도 존재해야 한다

지금이나 미래나 겸손한 리더가 내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조직 내 직속 하급자 및 핵심 기여자와 2단계 관계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의 물리적 인접성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언제나, 심지어 변화하는 조직에서조차 고위급 리더는 말단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화상 회의를 용인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다양한 수준의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조합)를 사람들은 관용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몇 해가 지나자 코로나19에 대한 피로와 사회적 욕구로 인해 가상 업무에 저항하는 '역류'와 사무실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외침이 생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스펙트럽에서 기업이 안착하는 지점은 사회문화만큼이나 제각각이다. 겸손한 리더십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성과 신뢰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 회사의 업무 맥락에 어느 정도의 하이브리드가 알맞은지를 동료, 직속 하급자, 관리자, 리더와 공유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김도진 법무법인 세종 고문
김도진 법무법인 세종 고문

글 김도진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IBK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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