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마추픽추 전경. [사진=김수찬 기자]
페루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마추픽추 전경. [사진=김수찬 기자]

[쿠스코(페루)=김수찬 선임기자] “마추픽추는 페루가 스페인에 정복당했을 때도 파괴되지 않았던 곳으로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잉카제국 역사의 우수성과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경제적으로도 페루 국가산업의 3대 핵심 중 하나인 관광산업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쿠스코 지역경제는 마추픽추를 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페루 사람들에게 마추픽추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마추픽추 전문 여행 가이드인 엘리스반은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등과 함께 현대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마추픽추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당시 강력한 잉카 황제를 위해 1450년 경 지어진 별장 또는 피서지로 알려져 있다. 태양의 신전 등이 마련돼 있어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곳이기도 했다. 한때 거주민이 750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케추아어 (잉카어)로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픽추는 산 아래서는 보이지 없는다고 해 잃어버린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11년 미국 고고학자 하이럼 빙엄3세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페루 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보물로 떠올랐다.

마추픽추가 페루 국가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관광업은 광업 농업과 함께 페루 경제를 지탱하는 3대 핵심동력 중 하나인데, 마추픽추는 페루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글로벌 관광객들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마추픽추행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진=김수찬 기자]
마추픽추행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진=김수찬 기자]

지난 2024년 기준 약 150만명의 관광객들이 마추픽추를 찾았다. 페루 정부가 유적지 보호 등을 이유로 하루 방문객 수를 일정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투어 가이드 에드가는 “이들 방문객들은 입장료 철도요금 셔틀버스비용 등 1인당 약 500달러를 쓴다”고 말했다. 마추픽추에 의한 경제 파급 효과는 어림잡아 7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7% (2019년 기준)인데 이중 마추픽추가 기여하는 몫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난 주말 마추픽추를 방문하기위해 페루 3대 도시 쿠스코의 인근 오얀따이탐보역을 찾았을 때도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없이 붐볐다. 페루레일을 타고 도착한 마추픽추 아랫동네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는 마추픽추행 셔틀버스들이 쉴새없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인근 식당과 기념품 가게도 관광객들도 북적였다. 

이처럼 페루를 찾는 관광객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마추픽추지만 본의아니게 이들의 발길을 막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페루 3대 도시 쿠스코의 인근 오얀따이탐보역에서 마추픽추행 관광객들을 태우고 갈 페루국영철도 페루레일. [사진=김수찬 기자]
 페루 3대 도시 쿠스코의 인근 오얀따이탐보역에서 마추픽추행 관광객들을 태우고 갈 페루국영철도 페루레일. [사진=김수찬 기자]

그중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입장 제한이다. 페루경제연구소(IPE)에 따르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관광산업이 붕괴했던 2019년부터 2023년 5년 동안 마추픽추를 찾은 총 방문객 수는 이전에 비해 약 500만명이 줄었다. 이 기간 쿠스코 지역에서는 관광 관련 일자리 3만 3000개가 사라졌다. 전체 관광 산업 종사자 3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천재지변에 해당되는 코로나-19는 그렇다치더라도,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으로 인한 마추픽추 폐쇄 사태도 수차례 발생해 페루 국민경제에 심각한 주름을 남겼다. 페루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국내 정세 불안으로 2개월 여동안 마추픽추를 폐장한 바 있다. 당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달으면 폐쇄라는 강수를 두게 됐다. 

페루 정부는 올해 10월 22일부터 한달 간 수도 리마와 카야오 지역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와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 기간 동안 통행·집회 등 일부 기본권 제한, 영장 없이 가택수색·신분 확인·검문 강화, 군·경의 무기 사용 허용 등 강력한 치안조치가 시행됐다. 

페루 내 정치적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또다시 마추픽추 봉쇄라는 2022년 사태가 재현될 수 있어 페루 국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붕괴직전까지 갔던 페루 관광산업이 이제 겨우 펜데믹 이전으로 회복 중인데 정치적 갈등이 다시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해서다. 국민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야 할 정치가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페루의 정치 경제 사회의 바로미터인 마추픽추에 페루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외교부가 지난 23일 페루 여행객들에게 발송한 ‘리마 카야오 지역 국가비상사태선포가 12월 20일까지 연장됐으니 여행객들은 각별히 주의하라’는 경고문자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김수찬 선임기자
김수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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