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민 폭행 사건의 주범 베날라. 베날라는 대선후보 시절 그의 사설 경호원이었고, 집권 후에는 대통령 보좌관 겸 수행비서로 일했다. (사진=AFP)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시민 폭행 사건의 주범 베날라. 베날라는 대선후보 시절 그의 사설 경호원이었고, 집권 후에는 대통령 보좌관 겸 수행비서로 일했다. (사진=AFP)

[뉴시안=홍소라 파리 통신원] 2018년 7월 15일,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는 크로아티아를 4 :2로 이겼다. 경기를 관람하던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을 뻗어 승리에 환호했고, 프랑스는 기쁨에 말그대로 뒤집어졌다.

샹젤리제에는 수십 만의 인파가 모여 벅찬 감정을 나누었다. 그 와중에 복면 강도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프랑스 전역에서 사망 및 부상자가 속출했음에도 미디어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었을지언정, 정부의 대응 미비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크롱 정권은 장밋빛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실제로 월드컵 우승은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효과가 있다. 1998년 프랑스가 자국이 주최했던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의 지지율은 18% 급상승했다.

마크롱 정권의 환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르몽드>의 정치부 기자 아리안 슈맹(Ariane Chemin)이었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의 진범이 마크롱의 보좌관이라는 것이 슈맹의 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 프랑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7월 29일 현재 마크롱의 지지도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39%를 기록했다.

솜방망이 처벌로 덮고 넘어가려 했던 점이 문제

그리고 베날라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베날라는 마크롱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그의 안전을 책임지던 사설 경호원이었다. 마크롱이 집권하면서 대통령의 보좌관 겸 수행 비서가 되었다.

베날라(헬멧을 쓴 인물)에 진압당하고 있는 시민. 오른쪽의 남성은 이후에 프랑스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 소속의 뱅상 크라즈(Vincent Crase)로 밝혀진다. 그 역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파리시민 촬영 영상)
베날라(헬멧을 쓴 인물)에 진압당하고 있는 시민. 오른쪽의 남성은 이후에 프랑스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 소속의 뱅상 크라즈(Vincent Crase)로 밝혀진다. 그 역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파리시민 촬영 영상)

대통령의 최측근이 시민을 폭행했다는 사실로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정부에서는 이를 알고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덮고 넘어가려 했던 점, 마크롱이 해당 사건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 등에 여론은 들끓었다.

해당 사건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를 마친 젊은이 몇몇이 파리 5구의 콩트르스카르프(Contrescarpe) 광장에 앉아 목을 축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와 이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그는 경찰기동대의 헬멧, ‘Police’라고 적힌 완장을 착용하고, 무전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경찰도, 군인도 아닌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Alexandre Benalla). 베날라는 현장에 ‘관찰자’ 입장으로 가 있었다. 그에게는 그 어떤 권한도 없었던 것이다.

폭행 피해자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했지만, 당시 그 누구도 베날라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 빼고는.

5월 2일, 베날라의 불법적인 행각이 내무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에 보고되었고, 이는 곧 마크롱의 귀에도 들어간다. 마크롱은 "그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 징계를 내려야지요"라고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다음날, 베날라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 사실을 밝히는 서한에는 '명백히 부적절한 행동'을 이유로 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베날라에게 가해진 징계는 15일 정직. 정직에도 그가 수령한 월급액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5월 4일에 시작된 징계는 19일에 종료되었고, 그는 여전히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2주 유급 휴가랄까. 그에 대한 사법적인 처분은 전혀 없었다. 바넬라의 만행에 대해 그 누구도 사법부에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7월 18일, <르몽드>에 아리안 슈맹이 기사를 통해 5월 1일 폭행의 주범이 베날라였음이 알려진다. 해당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10만 번 넘게 공유될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마크롱, "아니요, 프랑스 공화국은 변치 않습니다"

슈맹 기자는 "사건과 징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며 베날라에 대한 징계가 충분치 않음을 역설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기사가 나간 다음 날인 7월 19일, 대통령 관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변인 브뤼노 로제 프티(Bruno Roger-Petit)는 "해당 징계는 이제껏 대통령 보좌관에게 단 한 번도 가해진 적이 없는, 가장 엄중한 징계"라고 발표했으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반면, 같은 날 파리 검찰청에서는 베날라의 시민 폭행 사건 및 경찰 사칭에 대한 수사가 착수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는데,  "이 사건이 프랑스에 오점을 남긴 것은 아닙니까 ?"라는 질문에 "아니요, 프랑스 공화국은 변치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다였다.

사건과 관련한 모든 다른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베날라 스캔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를 회피하거나 사건의 엄중함을 일축하려는 정부 측과는 달리 상원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힐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7월 20일 금요일 아침, 베날라가 해고와 동시에 구류된다. 내무부에서는 경찰 세 명을 정직 처분한다. 이들은 지난 5월 1일 베날라의 폭행 사실이 담긴 감시 카메라 비디오를 그의 요청에 따라 베날라에게 넘겨 주었다고 전해 진다. 

베날라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휘둘렀는지를 조금 더 잘 보여 주는 사실이다. 그리고 베날라의 권력은 당연히 현 대통령의 최측근의 위치에 있었다는 데서 나왔음이 명백하다.

7월 23일, 국회 감사에서 제라르 콜롱브(Gérard Collomb) 내무부 장관은 베날라에 대한 사법 처리의 부재를 미쉘 델퓌에쉬(Michel Delpuech) 파리 경찰청장의 탓으로 돌렸다.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이 이번 사건에 오버랩 되는 이유 

파리 경찰청장은 그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에 있다고 밝혔다. 7월 24일, 국회에 출석한 대통령 비서실장 파트릭 스트르조다(Patrick Strzoda)는 '개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징계로는 적절한 것으로 보았다고 해명했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는 와중, 마크롱이 돌연히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밝힌다. "이 사건의 유일한 책임자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나를 찾으러 오시오 !" 

여기에 대하여 마크롱 지지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줄 아는 마크롱을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리더라고 인식했고, 지지율이 조금 반등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프랑스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그 어떤 사법 처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마크롱의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 파리 당사 앞에 모인 파리 시민들. ‘마크롱 부끄럽다’, ‘마크롱 멍청이’, ‘탄핵’ 등의 글귀가 눈에 띈다. (사진=AFP)
마크롱의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 파리 당사 앞에 모인 파리 시민들. ‘마크롱 부끄럽다’, ‘마크롱 멍청이’, ‘탄핵’ 등의 글귀가 눈에 띈다. (사진=AFP)

7월 27일, 마크롱의 "나를 찾으러 오시오 !"라는 말에 대한 화답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베날라가 시민에게 폭행을 가한 파리 5구 광장에 100여 명이 모여 "마크롱 사직, 베날라 감옥! "을 외쳤다.

이튿날, 7월 28일에는 마크롱의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 파리 당사 앞에서 베날라 스캔들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150여 명이 참가했다. 이제 베날라는 해고되었고, 마크롱은 "이것은 모두 나의 책임"이라며 ‘메아 쿨파’를 외쳤지만 <르몽드>의 기사가 나오기 전에 프랑스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너무나도 미약했고, 여전히 측근 감싸기에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집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벌써 7월 30일과 8월 15일에 엘리제 궁과 샹젤리제에서 집회가 예고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그 엄청난 일이 실은 권력의 최측근이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논란으로부터 시작되고 전개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프랑스의 바넬라 게이트가 앞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불투명한 방식으로 측근 정치를 하는 국가 수장의 내러티브는 2016년과 2017년을 겪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사건의 앞으로의 향방에 보다 큰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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