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날라 사건 여파, 마크롱 佛대통령 위기 맞았다
베날라 사건 여파, 마크롱 佛대통령 위기 맞았다
  • 홍소라 파리 통신원
  • 승인 2018.09.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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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은 여전히 베날라 사건 잊지 않아, 다만 유보했을 뿐
-지난 8월 26일에 발표된 대통령 지지도는 34%, 취임 후 최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뉴시안=홍소라 파리 통신원] 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알렉상드르 베날라 (Alexandre Benalla)가 경찰을 사칭하고 일반 시민을 폭행한 사실이 <르몽드> 아리안 슈맹 기자에 의하여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것은 7월 중순을 갓 넘겼을 때의 일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2주간의 유급휴가인지 정직인지 분간되지 않는 징계를 내린 것으로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폭로 이후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베날라는 대통령실에서 해고되어 엘리제 궁을 떠났다. 

베날라의 이해할 수 없는 행각을 그저 개인의 일탈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했던 마크롱 정부의 시도는 일견 성공하는 듯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르몽드의 고발 기사가 나온지 일주일 여만에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내가 바로 책임자"이니 “나를 찾으러 오라"던 마크롱의 말에 지지자들은 결집했다. 

게다가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일명 ‘마크롱 찾기’ 집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소규모 시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외견 상으로는 프랑스 사회가 베날라의 만행을 잊은 듯 했다.

정말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신의 권력을 여러 측면에서 남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유야무야됐던 것일까? 아니다. 프랑스는 베날라를 잊지 않았다. 단지 유보하고 있었을 뿐. 

프랑스에서 8월은 그랑드 바캉스의 심장과도 같은 기간이라 사회 곳곳의 많은 부분이 멈춰 버리고 만다. 

국회도 휴가를 떠났고, 시민들은 잠시 일상을 떠나 있었으나 8월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파리의 거리와 테라스가 파리지앵들의 발자국으로 다시 뒤덮이기 시작하자마자 마치 잠시 정지시켜 두었던 노래를 다시 재생시키듯 마크롱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독으로 작용

그에 대한 반증으로 우선 마크롱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난 8월 26일에 발표된 대통령 지지도는 34%.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최저치였다. 

사실 프랑스에서 그랑드 바캉스 직후의 지지도 조사는 꽤나 중요한데, 이는 한국 정치권에서 설과 추석 민심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유럽 1(Europe 1)>에서는 베날라 사건을 ‘슬로우 포이즌’, 즉 ‘천천히 움직이는 독’이었다고 하는가 하면, <르몽드>에서는 ‘베날라 사건이 마크롱 대통령의 여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마크롱이 자기 이전의 프랑스 정치를 혹평하였던 것과 반대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제 5공화국 여덟번째 대통령인 마크롱은 큰 기대를 받으며 그 임기를 시작하였다. 비록 대통령 선거 당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후보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1차 선거에서 2위를 기록함으로써 마크롱과 함께 2차 선거에 나가게 되자, 극우에게 표를 줄 수는 없다며 자신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마크롱에게 표를 준 프랑스인들이 적지 않았을 지언정, 당시 마크롱 신드롬은 분명 그 실체가 있었다. 

먼저 기존의 정당 체제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2016년 2월의 설문조사에서 프랑스인의 78%가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올랑드 정권의 실패로 인하여 좌파의 맹주였던 사회당(Parti Socialiste)이 몰락했고, 2017년 대선 기간 동안 우파의 맹주였던 공화당(Les Republicains)의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Francois Fillon)이 정치 자금 문제에 휘말리며 마크롱의 이러한 전략은 더욱 빛났다.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나 있던 프랑스 유권자들은 스스로가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며 기존 정당 체제에 편입되지 않을 것'을 외치는 마크롱에게 기대를 걸었다. 

또한 마크롱이 영어를 잘 한다는 사실도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미디어에서는 마크롱이 국제회의나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영어로 소통하는 점을 빈번히 보여 주었는데, 이로 인하여 대중이 마크롱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지했던 것이다. 

어쨌든 마크롱은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다르다는 점에서 마크롱은 어떤 이들에게는 기대를, 어떤 이들에게는 우려를 자아내었던 것이다. 설문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마크롱 정부는 60%에 육박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마크롱 정부가 추진한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이 적잖은 반발과 비판을 낳으며 마크롱의 지지도는 점차 하락해 30%대 후반에서 40% 중반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려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노동문제, 교육 문제, 프랑스의 이념인 '박애'를 훼손시키는 이민자 규제 문제, 빈부격차의 심화에 복지 문제까지 언급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마크롱 지지자들의 신뢰는 굳건해 보였기 때문이다. 

바캉스 시즌 끝나자마자 다시 악화된 여론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정치인의 연애나 가족사 등과 같은 사적 영역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나 공적 영역과 별개로 간주하니 설사 어떤 불미스러운 스토리가 공개된다 해도 더 이상 마크롱의 지지도가 낮아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동거인을 두고 프랑스의 배우 쥘리 가예(Julie Gayet)와 연애를 한다는 기사가 났을 때, 프랑스인이 불평한 지점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타블로이드 지에 오르내리며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점이었다. 

그런 콘크리트 지지율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베날라 사건이었다. 마치 컵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다 보면, 언젠가 딱 한 방울로 인하여 컵의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그동안 쌓여 왔던 불평과 불신에도 불구, 그래도 마크롱은 다를 것이라고 애써 지켜 왔던 믿음을 산산이 깨뜨려 버린 것이 이 베날라 사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랑드 바캉스가 끝나고 프랑스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 오고 있는 현재, 내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28일, 니콜라 윌로(Nicolas Hulot) 당시 환경부 장관이 라디오 생방송 중 돌연 장관직 사퇴를 발표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니콜라 윌로는 프랑스 환경 운동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자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정치인 중 하나다. 

그가 1987년에 만든TV 프로그램 우슈아이아(Ushuaia)는 프랑스인으로 하여금 환경 문제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 주요 계기 중 하나였다. 

게다가 올랑드 전 대통령이 환경부 장관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는 공개적으로 거절했었기 때문에, 마크롱 정부에 있어 윌로의 존재는 한층 더 의미있는 것이었다. 

그런 인물이 정식 사직 과정도 거치지 않고 라디오 생방송 중에 "환경부 장관으로서 정부가 환경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며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윌로는 또한 "대통령과 총리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나를 설득하려 했을 것이기 때문에 귀띔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장관직 사퇴에 대한 결심이 굳건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덴마크를 방문 중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이 "윌로 장관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지난 15개월간 다른 어떤 것보다 환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명했으나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뒤이어 8월 31일, 유명 TV 프로그램 '역사의 비밀(Secrets d'histoire)'의 진행자인 스테판 베른(Stephane Bern) 역시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2017년 9월, 마크롱 대통령은 베른을 '미스터 역사문화유산(Monsieur Patrimoine)'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베른은 프랑스 각지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산 중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하여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들을 국가 재정과 기금을 운용하여 보수 및 유지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을 불터우던 스테판 베른이 2018년 8월 31일 인터뷰를 통하여 자신의 불만을 대중에 내 보인 것이다. 

취임 2년차 9월 지지율로만 보면 전임 올랑드보다도 낮아

베른은 "정부에서 해당 사업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만약 올해 말까지도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그저 현 정부의 역사 유산에 대한 부조리한 정책을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면 현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9월 4일, 스포츠 장관마저 마크롱 정부를 떠나 버렸다.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로라 플레셀(Laura Flessel)은 윌로와 더불어 마크롱 정부의 스타 장관 중 한 명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혔으나 여론은 플레셀 전 스포츠 장관의 사퇴에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가하면, 2015년 프랑스 국립시청각연구소(INA) 소장이었다가, 5만 유로 (약 6천 5백만 원)에 달하는 공금을 택시비 등 자신의 개인 용무에 사용한 횡령 혐의로 3개월의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아네스 살이 최근 문화부 고위 공직에 임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크롱 정부의 신뢰도가 또 다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아네스 살이 '평등과 다양성 추구 및 차별 예방' 업무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실소를 자아냈다. 

베날라 사건은 현재진행형이고 프랑스 사회의 마크롱 정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9월 4일에 발표된 마크롱의 지지도는 31%로 그 사이에 더욱 하락하여 최저치를 다시 한번 갱신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취임 2년차 9월 지지율로만 보면,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전임 대통령인 올랑드보다도 더 낮다.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한국의 그것과 같은 5년이다. 2017년 5월,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의 앞으로의 3년이 결코 수월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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