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캐논 EOS R, 호모 파베르를 위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리뷰] 캐논 EOS R, 호모 파베르를 위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정윤희 기자
  • 승인 2019.03.0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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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발표한 캐논 최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
대구경 마운트와 짧은 플렌지 거리로 성능과 속도 동시에 높여
캐논의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 (사진=정윤희)

[뉴시안=정윤희 기자]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의 인간을 뜻한다. 수백만년 동안 원시 인류는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진화해왔다. 하나의 도구는 자연스럽게 기술을 부르고 또 다른 도구를 탄생시킨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문명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카메라 또한 호모 파베르인 현대인들에게는 유익한 도구다. 과거의 시간을 한장의 이미지로 기록하는 장치에서 시작해 디지털이라는 첨단의 옷을 입고 분단위로 사진을 찍고 더 나아가 영상으로 쉼없이 기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안에서 가장 기세등등하게 세력을 잡고 있던 DSLR도 호모 파베르의 끈질긴 호기심으로 서서히 미러리스 카메라에게 자리를 내어줄 판이다.

캐논이 적절한 시기에 전세계 카메라 유저를 향해 선보인 결정타 'EOS R' 때문이다. 

'EOS R'은 캐논이 처음으로 내놓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다. 호모 파베르 성향이 짙은 소비자 대부분이 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선호하고, 그럼에도 결과물은 고품질이길 바라는 욕구를 제품에 녹여냈다.

캐논 EOS R은 2018년 10월 출시 후 전문가를 비롯한 사진 애호가와 캐논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같은 시스템을 더 발전시켜 가볍고 스마트한 EOS RP까지 출시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으로 깊숙이 발을 들이고 있다.

이번 뉴시안 리뷰에서는 '캐논 EOS R'과 RF 35mm f/1.8·24-105mm f/4·50mm f/1.2L 렌즈를 통해, 호모 파베르를 위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면모를 하나씩 만나보자.

EOS R과 전용 RF렌즈 (사진=정윤희)

캐논의 실험작이자 야심작인 EOS R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로 3030만 화소의 CMOS 센서와 최신 영상 엔진을 탑재했다. 과거 필름 카메라에 쓰였던 35mm 사진 필름 규격인 풀프레임은 사진 촬영에 있어서 심도 표현이나 다이나믹 레인지, 해상력 면에서 더 좋은 화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EOS R은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이기 때문에 외모부터 기존 카메라들과 많이 다르다. 겉 색상부터 퓨어 블랙이 아닌 짙은 그라파이트 색상이라 고급스러워보이고 580g(배터리 제외)의 무게감이 주는 그립 느낌도 적당하다. 

이 카메라에 채택한 RF 마운트는 한눈에 봐도 큼직하다. 고화질의 사진을 위해 개발된 54mm의 대구경 마운트는 20mm의 짧은 플랜지 초점 거리로 RF렌즈군과 만날 때 최적의 조합을 이룬다. 또 마운트 부분의 접점핀을 12개로 늘여 바디와 렌즈간의 속도와 성능을 높이는 통신 시스템을 설계했다.

대구경 마운트는 주변부 화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정하고 전용 렌즈를 사용할 때 퍼포먼스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지만, 렌즈를 교환할 때 먼지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카메라의 전원을 끄면 셔터막이 닫히도록 만들어져 안심해도 된다. 

54mm의 대구경 마운트 'EOS R' (사진=정윤희)
전원 오프시 셔터막이 닫히는 'EOS R' (사진=정윤희)
EOS R에 탑재된 다이얼과 연결 단자 및 메모리 카드 삽입부(사진=정윤희)

EOS R의 버튼과 다이얼을 금속으로 처리되어 단단한 느낌이 들고 사용자를 위한 여러 기능 버튼이 RF 렌즈에 사용된 아이리스 패턴 처리가 되어 있어 촬영 중 쉽고 확실하게 세팅값을 바꿀 수 있다. 

상단의 표시창도 기존 카메라에 비해 사이즈가 줄었지만, 정방형 모양의 창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알차게 제공해준다. 또 도트 매트릭스 타입의 표시창은 라이트를 끄던 켜던 상시 또렷하게 카메라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유용했다.  

도트 매트릭스 디스플레이로 또렷한 정보 표시 (사진=정윤희)
회전 범위가 넓은 EOS R의 스위블 액정 (사진=정윤희)
스위블 액정을 이용해 로우앵글로 간편하게 촬영 (사진=정윤희)
EOS R의 다양한 앵글 변화컷 (사진=정윤희)

스위블형의 LCD 또한  3.15인치 사이즈로 시원스럽게 라이브뷰를 볼 수 있고 터치 스크린이라 메뉴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기본의 스위블형 LCD보다 진화해 전면 방향으로 180도 회전이 가능해 셀피까지 촬영할 수 있을만큼 유연한 스크린으로 다양한 앵글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또 터치의 장점을 활용해 뷰파인더로 촬영시 눈을 떼지 않은 채 화면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초점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터치 앤 드래그' 기능도 상당히 자주 사용했다.

무엇보다 EOS R의 AF 시스템은 전체 프레임에서 세로 100%ㆍ가로 80%로 커버 영역이 넓어져 피사체가 중심에서 벗어나도 초점 잡기가 수월하다. 이는 선명하고 또렷한 사진으로 결과물의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와이드하게 찍는 풍경 사진에서부터 음식 사진ㆍ꽃사진ㆍ인물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촬영이 가능하다.

35mm로 촬영한 실내 풍경사진 (사진=정윤희)
매크로 기능이 탁월한 35mm, 음식 촬영에 갑 (사진=정윤희)
캐논의 색감을 여전히 즐길 수 있는 EOS R (사진=정윤희)
EOS R로 본 서울 식물원 풍경 (사진=정윤희)
50mm로 촬영한 포천 아트밸리 풍경 (사진=정윤희)
매크로 성능이 뛰어난 35mm로 촬영한 꽃 (사진=정윤희)
렌즈 경통이 더 밀려나오면서 매크로 촬영(일반 촬영시 렌즈 모습과 비교) (사진=정윤희)
위 촬영으로 얻은 접사 결과물 (사진=정윤희)

물론 여기에 EOS R의 전용 라인인 RF 렌즈군이 시너지를 더한다. 이번 촬영에서는 RF 35mm f/1.8와 24-105mm f/4, 50mm f/1.2L를 사용해봤지만, 35mm와의 조합이 월등했다. 50mm의 경우 성능이 우수한 만큼 따라오는 렌즈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고 촬영의 노동으로 따지면 다시 DSLR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휴대하기도 편하고 피사체를 따로 가리지 않고 전천후 용도로 35mm 렌즈를 추천한다. 매크로 기능까지 겸하는 렌즈로 최소 촬영거리도 아주 짧아 요즘 트랜드로 불리는 '갬성' 사진에도 안성맞춤이다. 접사 촬영시 렌즈 경통이 훨씬 더 밀려나오면서 매크로 기능이 작동하는 모양새다. 

EOS R은 또 빛이 부족하거나 야간 촬영에도 한몫한다. ISO범위는 상용 40000(확장시 102400)으로 핸드헬드 촬영에서도 6400까지 눈에 띄는 노이즈 없이 무난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396만 화소의 OLED 뷰파인더 역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주었다. 보통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면 액정 부분에 코가 닿아 기름이나 화장이 묻어나곤 하는데, EOS R의 뷰파인더 아이포인트는 기존 카메라보다 더 멀게 디자인하여 불편함을 줄였다. 가로에 비해 세로 사진을 많이 촬영하는 편인데 뷰파인더 속 자체의 표시창이 세로 촬영시 세로 방향으로 표시되어 무척 편했다. 

새로운 아이포인트 디자인으로 안경을 써도 편한 뷰파인더 (사진=정윤희)
유연한 세팅 조절이 가능한 EOS R의 멀티 펑션 바 (사진=정윤희)

EOS R의 새로운 기능 중 사용자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바로 '멀티 펑션 바(M-Fn Bar)'다. 카메라를 쥐고 사진 촬영시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자리잡은 긴 버튼은 소리없는 기능 버튼의 역할을 한다.

즉 뷰파인더로 촬영시 탭과 슬라이드 동작만으로 멀티 펑션 바를 조작해 세팅을 조절할 수 있다. ISOㆍ화이트밸런스 등 사용이 빈번한 기능을 골라 입력할 수 있고, 뷰파인더를 이용해 촬영할 때 아주 유용하다. 특히 영상을 촬영할 경우 소음을 내지 않고 세팅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 영상을 위한 사용자들에게도 반가운 기능일 될 것이다.

빛이 부족한 실내 촬영에서도 또렷한 결과물(사진=정윤희)
ISO 6400의 EOS R 결과물 (사진=정윤희)
실내에서 빛이 부족해도 매크로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사진=정윤희)
 EOS R의 아웃포커싱 결과물 (사진=정윤희)
 일상에서 여행까지 두루 사용이 편리한 EOS R (사진=정윤희)
 EOS R의 모노크롬 결과물 (사진=정윤희)
스위블 액정 덕에 다양한 촬영 가능 (사진=정윤희)
 풀프레임의 EOS R 화각 (사진=정윤희)
 풍경사진에도 제격 (사진=정윤희)
EOS R의 섬세한 디테일 표현 (사진=정윤희)

EOS R과 한달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느낀 것은, 캐논의 숱한 디지털 카메라에 탑재됐던 다양한 기능과 성능이 긴 시간 동안 진화와 퇴화의 과정을 거쳐 오직 사용자를 위한 카메라로 태어난 느낌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걷어내고 반길만한 요소를 채워넣은 영민한 도구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DSLR만을 꾸준하게 쓰던 이들도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도 있고, 새로운 카메라를 장만하려는 이들에겐 가볍고 컴팩트하면서도 화질까지 그들의 요구 조건에 충족된다. 

따라서 새로운 카메라를 찾고 있었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고 특히 중장년ㆍ노년에 이르는 실버층에게 추천한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취미 목적으로 무거운 DSLR을 구매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적당한 무게감과 성능과 화질면에서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또 풍경 사진 매니아라면 풀프레임의 넉넉한 맛으로 원근감 있고 와이드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카메라'라는 도구로 일상을 기록하고 시간을 저장하는 '호모 파베르'라면, 사진 인류의 맥을 이어줄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경험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캐논 EOS R은 다음 진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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