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6대3으로 패한 뒤 이동경이 아쉬워 하자 이강인이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31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6대3으로 패한 뒤 이동경이 아쉬워 하자 이강인이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백수(百獸)의 왕’ 호랑이도 토끼를 잡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자신감과 방심으로 최상의 멤버를 구성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올림픽 축구 4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격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있는 ‘월드스타’ 손흥민(29·토트넘)을 선발하지 않았고 ‘괴물 수비수’김민재(25·베이징 궈안)도 뽑지 못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회장·정몽규)도 대표선수 구성과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학범,“감독이 대응 잘못했다”고개 떨궈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1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멕시코에 3대6으로 완패했다. 한국 축구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 좌절의 쓴맛을 본 것이다. 김 감독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미흡했던 것 같다. 6골이나 실점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선수들 문제보다 감독이 대응을 잘못해 오늘 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올림픽축구팀의 우려는 지난 6월 30일 22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제기됐다. 당연히 공격진에 손흥민, 수비진에 김민재가 선발될 것으로 봤는데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모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 이미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상위입상을 위해서는 이들을 와일드카드로 합류시켜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손흥민의 차출은 자신은 물론 소속팀 토트넘도 긍정적 입장이었는데 김 감독은 선수 선발 공식발표에서“손흥민은 부상이 우려돼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감독이 햄스트링의 우려가 있는 손흥민을 선수보호차원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면서“김감독의 손흥민 제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감독, 손흥민 등 없어도 입상 가능 계산한 듯

김감독은 손흥민과 김민재가 없어도 한국이 도쿄올림픽 축구 입상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냉혹한 승부 세계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부족한데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됐다. 국내 축구계에서는 ”‘축구황제’ 펠레(81)가 뽑은 역대 세계 베스트 11에 선정된 손흥민이 부상 우려를 이유로 선발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펠레는 지난 6월 2일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FIFA 21’의 ‘펠레 팀’ 왼쪽 미드필더에 손흥민을 지명했다. 손흥민과 함께 이름을 올린 스타플레이어는 음바페, 네이마르(이상 파리 생제르맹) 메시(바르셀로나) 호날두(유벤투스) 살라흐(리버풀) 이미 고인이 된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 월드 스타 11명이다. 7월 23일 소속팀 토트넘과 주급 20만 파운드(약 3억1600만 원)에2025년까지 4년간 계약을 연장한 손흥민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 뛰었다면 멕시코 공격 주춤했을 것”

축구전문가들은 ”손흥민이 멕시코와의 8강전에 뛰었다면 적어도 2명의 전담 수비수가 손흥민을 마크하느라 한국팀에 대한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멕시코의 6득점 역시 김민재가 수비를 지휘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민재의 경우 김감독이 마지막까지 선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김민재 소속팀인 베이징 궈안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불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민재의 대표팀 합류를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섭외했다면 문제 해결이 가능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흥민의 대표팀 제외 역시 대한축구협회가 방관만 할 사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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