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는 제25차 ANOC총회에서 2022년 제26차 ANOC총회 유치에 성공했다.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지난 25일 저녁 일부 국내언론은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회(ANOC) 제26차 총회(ⅩⅩⅥ ANOC GENERAL ASSEMBLY)의 유치에 성공, 이 행사를 2022년 10월 19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는 대한체육회의 홍보자료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그 내용은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진행된 제25차 ANOC 총회에서 2022년 제26차 ANOC 총회의 서울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번 총회 유치는 대한체육회와 ANOC 간의 지속적인 협의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여기에 ‘대한체육회는 제25차 ANOC 총회를 2020년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1년 연기했으며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서울 개최를 최종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명분은 코로나 방역…실제는 그리스 로비”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보도자료는 실상과 다르다. 우선 2019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24차 ANOC 총회에서 2020년에 열릴 제25차 총회를 유치했고,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10월로 1년 연기한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2021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기로했던 제25차 총회가 그리스로 넘어간 것은 코로나19 상황보다는 그리스 올림픽위원회(HOC)의 로비때문이라는 것이 스포츠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1979년 멕시코의 올레가리오 바스케스 라냐 IOC 위원 겸 국제사격연맹 회장이 창설한 ANOC는 지구촌 206개국 올림픽위원회(NOC)가 참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경기단체연합회(GAISF)와 함께 세계 스포츠의 협력과 교류, 현안 해결에 앞장서온 3대 스포츠기구 중 하나다. ANOC 총회는 ‘스포츠 UN 총회’로 불리며 매년 IOC 위원, GAISF, 각국 NOC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총회에 참석해왔는데 평소 ANOC를 주무르는 IOC가 제25차 ANOC 총회의 개최지를 서울에서 그리스로 변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ANOC는 지난 6월 말 구닐라 린드버그 사무총장이 대한체육회에 ‘ANOC 총회를 개최하는데있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렵다’고 서신으로 알려왔다. 이어 도쿄올림픽이 진행중이던 지난 7월 28일 ANOC는 도쿄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제25차 총회 개최지를 서울에서 그리스로 이전하기로 최종 확정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대한체육회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진행된 제25차 ANOC총회에서 2022년 제26차 ANOC총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제25차 ANOC총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2021.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25차 ANOC총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ANOC는 빈 껍데기…바흐 IOC 수장이 좌지우지  

이와 관련, 체육계에서는 지난 6월 유럽올림픽위원회(EOC)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스피로스 카프랄레스 위원장 겸 IOC 위원이 IOC와 ANOC 수뇌부를 설득해 서울에서 열리기로 돼있는 제25차 ANOC 총회를 아테네로 유치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회의 개최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부담은 그리스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데 IOC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한국스포츠 외교의 한계가 자초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대한체육회는 2019년부터 ‘ANOC 총회 준비기획부’를 신설, 회의장 대관, 호텔 예약, 각종 프로그램 준비 등을 위한 약 80억 원의 예산을 국고와 서울시로부터 확보하는 등 준비에 정성을 쏟았으나 그리스의 로비에 이은 IOC와 ANOC의 일방 결정에 무릎을 꿇은 결과가 됐다.

ANOC은 바스케스 라냐에 이어 2012년부터 쿠웨이트의 알 아흐메드 알사바가 7년간 회장직을 맡아왔으나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 2018년부터 피지의 로빈 E 미첼 IOC 집행위원이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고, 린드버그 사무총장도 IOC 집행위원으로 바흐 IOC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바흐 위원장의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기흥 유승민 IOC위원 아직 영향력 미흡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사후 대한체육회는 이기흥, 유승민 두 IOC 위원이  스포츠외교를 벌이고 있으나 이들의 경력이 일천해 바흐 위원장은 물론 다른 나라 IOC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25일 IOC가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개최 우선협상도시로 지정할 때나, 지난 6월 8일 집행위 의결을 거쳐 7월 21일 101명의 IOC 위원 가운데 80명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72명의 찬성(반대 5, 기권 3)으로 브리즈번이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최종확정될 때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

또 IOC가 도쿄올림픽 기간동안 일본측 입장만 두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지도 독도 표기와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선수단 숙소의 ‘이순신 현수막’철거 소동 역시 대한체육회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2019년 제24차 ANOC 총회에서 제25차 ANOC 총회를 서울로 유치했다가 그리스로 빼앗겼던 전례로 미루어 변덕이 심한 IOC와 ANOC가 이번에 서울로 유치한 내년 제26차 ANOC 총회를 언제 어디로 또 옮겨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포츠 외교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대한체육회가 아니라 문화체육부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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